한국당 ‘의원 총사퇴’ 약발 의문…결의 하루만에 반발 기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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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분노, 자괴감, 송구함에 의원직 총사퇴 결의"
의원직 사퇴, 본회의 표결이나 국회의장 허가 필요
민주당이 '재가' 안 하면 사직 반려, 촉극 빚어질 수도

이른바 범여권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패스스트랙 독주를 막지 못한 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자칫 당 내 반발만 자초해 역효과만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하자, 여권에 대한 저항의 뜻으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당 내 상당수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를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미 의원직 사퇴서를 직접 작성해서 제출한 의원도 있다고 한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당이 2·3·4중대와 야합해서 악법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저들의 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 저들의 폭거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송구함, 이 모든 감정들 때문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것이다. 우리는 이 결의, 이 결기를 가지고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먼약 108석의 의석수를 보유한 원내 제2당인 한국당이 만약 의원직을 전원 사퇴한다면 20대 국회는 현재 295석에서 187석으로 줄어들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일부에선 국회의원의 수를 200인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을 들어 한국당의 의원직 사직이 현실화되면 국회 존립이 불가능해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실행 단계부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회법상 의원직 사퇴는 회기 중인 경우에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한다. 회기가 아닌 경우에도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한국당 ‘의원 사퇴’를 표결에 부칠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이 부결시킬 수 있고, 폐회 중인 경우라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해도 허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한국당의 의지만 갖고는 의원직 총사퇴를 전략적 카드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재가’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의 ‘생사’가 결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한국당이 자초하는 촉극을 빚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당 내에서도 의원직 총사퇴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나온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직 사퇴 카드는 카드가 될 수 없다”며 “비호감 1위인 정당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다.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예산에서 시작해연동형비례제 선거법에 공수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많은 분노와 저항의 수단으로도 장기판의 박카스 뚜껑(卒)이 되어 버렸다”며 “이제는 선택지가 없다. 결국엔 쪽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김 전 원내대표는 “또 다시 투쟁의 수단들이 목적이 돼버린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의원 총사퇴! 왜 사퇴하고 무얼 위한 사퇴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의원직 총사퇴서 내지 말고 그럴바엔 내년 총선에 모두 불출마 하시라”며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 치르기가 어렵다.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홍 전 대표는 “이제 선거 앞두고 할일도 없는 국회의원들인데 국회의원 총사퇴 카드가 또 무엇을 보여 줄려는 쇼인가”라며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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