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예비접촉 ‘새 방법’ 탐색전…‘스냅백 조항’으로 접점 찾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4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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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4일 스웨덴 스톡홀름 모처에서 예비접촉
권정근 전 美담당국장-앨리슨 후커 보좌관 나설 듯
비핵화 방법-상응조치 놓고 양측 유연성 발휘 관건
北, 美 제시한 '새 계산법' 따라 실무협상 재개 결정
예비접촉 결과 지켜봐야…실무회담 지연 가능성도

북한과 미국 실무협상팀이 4일 오후(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서 예비접촉을 갖고 탐색전을 벌인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양측이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진전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식 재개된 것은 지난 2월말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북미는 이날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이번 협상에선 북측에서는 외무성 ‘대미통’인 김 대사가, 미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표로 나설 예정이다.

앞서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는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모처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1월에도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날 예비접촉은 실무회담 대표보다 낮은 급인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북측 차석대표로, 카운터파트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미는 이번 실무협상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핵화 정의(최종 상태)와 비핵화 로드맵 등 ‘비핵화 방법론’과 대북 체제보장과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양측이 유연성을 얼마나 발휘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됐을 때 얼마나 이견을 좁힐만큼 서로간 융통성을 갖고 오느냐가 관건”이라며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에 보다 더 유용한 융통성 있는 입장을 갖고 양측이 나오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언급했었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단계적 합의’로 이행하자고 거듭 촉구해왔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포괄적 합의’를 고집하고 있어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또 미국 언론 복스가 지난 2일 북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면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관련 제재를 36개월 동안 면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해 미국이 제재에 어느정도 유연성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되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유효한 카드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관련 제재를 2년 정도 면제하고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점쳐진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3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취재진에게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신호가 있어 매우 기대하고 있으며 협상 결과를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밝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북한은 미측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왔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질된 존 볼턴 전 보좌관이 대북협상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던 것을 비판하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과거에 얼마나 나쁜 방식으로 일해 왔는지 꼭 봐야 한다. 아마도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아주 좋을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이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고, 북측도 여러 대외 메시지를 통해 ‘새 계산법’을 미측에 압박해왔다.

특히 북한은 예비접촉에서 미국에 요구했던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간 ‘새 계산법’과 미측의 분위기를 탐색한 뒤 실무협상이란 본게임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은 예비접촉에서 미국이 제시한 새 계산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핑계를 대며 실무협상을 미루거나 일방적으로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간 예비접촉 결과를 봐야 한다. 오늘 예비접촉이 깨지지 않으면 내일 (실무협상에서) 조율이 잘 될 것 같고 하루 안에 끝나지 않고 계속 실무회담을 이어갈 수도 있다”면서 “한 번에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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