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과 평화통일’ 유언 남긴 이희호 여사…빈소에 조문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18시 25분


코멘트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영정과 위패가 놓여있다. 2019.6.11/뉴스1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영정과 위패가 놓여있다. 2019.6.11/뉴스1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긴 유언에는 ‘국민 행복과 평화통일’이라는 그의 마지막 바람이 담겨있었다.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가 11일 공개한 유언장에 따르면 이 여사는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제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마지막까지 영원한 동반자로서 DJ의 발자취도 꼼꼼히 챙겼다. 이 여사는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달라”고도 요청했다.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 아래 작성된 이 유언장은 세 아들의 동의를 거쳤다.

이 여사는 10일 병상에서 의식을 잃지 않고 임종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평화센터 박한수 대변인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등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이 여사가 생전 좋아했던 찬송가를 부르며 임종을 준비했다. 이 여사는 가족들이 찬송가를 부를 때도, 차남인 김홍업 씨가 성경 구절을 낭송할 때도 입술을 움직이며 따라했다.

임종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병문안을 왔을 때도 이 여사는 의식을 되찾았다. 박 대변인은 “권 여사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저희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여사님, 좋으시겠습니다. 대통령님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하니 갑자기 이 여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고 전했다.

1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진 이 여사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빈소 내부는 여야 지도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조화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DJ 생전 정적(政敵)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광주에서 상경한 김성환 씨(68)는 “군부독재 탄압에 굴하지 않았던 DJ와 그의 부인 이 여사가 이제는 없다는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은 이 여사를 추모하며 하의면사무소에 분향소를 차렸다. 분향소는 14일 발인까지 운영한다. DJ의 후광리 생가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주민들의 이동을 고려해 면사무소에 분향소를 꾸렸다. 하의도는 19개 마을에 1021가구 주민 1878명이 살고 있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