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협상 일부 진전…‘특위 연장 문제’ 새 변수로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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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합의 처리' 문구 조정에선 진전
정개·사개특위 연장 문제가 새로운 걸림돌
민주 "국회 정상화,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
한국 "총선용 혈세 살포하는 눈먼 추경"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정상화 협상을 놓고 10일에도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합의 처리’ 관련 문구 조정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법을 각각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연장 문제를 놓고 다시 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국회에 장기 표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와 6월 임시국회 단독소집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을 계속했고 한국당은 이를 ‘총선용 추경’으로 맞받아치며 날카롭게 대립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국회 정상화 합의문과 관련해 공격적 표현을 한국당에 던졌는데 수용이 된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또 다른 조건이 (한국당에서) 나왔다. 국회가 정상화 되고 나도 6월 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연장 문제가 또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와 관련된 조건을 다시 제시하다보니까 (국회 정상화의) 조건이 또 파생되면서 논의가 확장되는 상황”이라며 “그쪽에서는 연장을 못한다고 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큰 틀에서 합의는 하되 6월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연장 부분에서 조건이 또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민주당의 사과를 내걸었던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패스트트랙을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을 것을 주장해 왔다. 반면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를 제시했던 민주당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한 차례 더 문구조정을 거친 결과 한국당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는 게 박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협상 중이라 구체적 표현은 밝힐 수 없지만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이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우선으로 한다’는 표현은 한국당이 거부해서 다른 표현이 있나 찾아보고 좀 더 문구조정을 했다”며 “우리한테는 좀 불리한 것이다. 한국당에 더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구 표현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한 것 같다. 일단 얘기는 좋게 돌아가고 있다”며 “분위기는 잘 돼 가고 있는데 확정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의 합의 처리 관련 문구 조정에는 진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연장 문제가 국회 정상화의 새로운 암초로 불거진 모양새다.

정의당이 위원장인 정개특위와 민주당이 위원장인 사개특위 활동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을 확실히 논의·처리하기 위해 특위 활동 기한 연장을 바라고 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연장되지 않으면 각각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로 관련 법안들이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특위에서는 공고했던 여야 4당의 공조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고 법사위는 위원장도 한국당이어서 자칫 주도권을 넘겨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특위 연장에 반대하고 있으며 만일 위원장 자리를 넘기면 특위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장 추경안 처리가 급한 민주당은 일단 국회를 정상화시켜 놓고 특위 연장 문제는 추후 논의해보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이 합의문에 특위 문제도 담을 것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협상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대략 (합의안 문구 조정이) 합의가 돼서 여기서 끊고 갔으면 좋겠는데 이게 계속 정개·사개특위 연장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7월에는 추경 예산을 집행하고 싶어 하는데 그러려면 이번 주에는 추경 논의가 돼야 하니 (특위 연장 문제는) 좀 끊어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주 초까지는 추경 논의의 시작을 위해 한국당과 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설득이 불가능할 경우 6월 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는 카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한국당인 상황에서 6월 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할 경우 추경 처리는 더욱 요원해지고 야당에 공세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부, 청와대와 이날 확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7월부터는 추경을 집행하기 위해 이번 주 초에는 국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주말에 ‘지금은 국회에 들어갈 수 없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철회하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경직되고 꽉 막힌 입장만 반복했는데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최선을 다해서 국회 정상화의 돌파구를 열겠지만 마냥 손놓고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를 열 것이냐 말 것이냐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의제처럼 돼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또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우리 경제를 위해서 추경 편성을 제안하고 고통을 겪는 국민과 기업이 추경을 기다리는데도 그 추경을 외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모르겠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한국당은 이에 맞서 경제성장세의 하방 위험성을 거론하며 추경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여권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이 정권의 좌파경제 폭정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세계경제 탓, 야당 탓, 추경 탓 그만 하고 경제정책 대전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6조7000억원 추경 중 재해 관련 예산이 2조2000억원인 점을 거론하며 “총선에 눈이 멀어 선심예산 풀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이래놓고 추경 탓만 하면서 그렇게 국민들에게 사실과 다른 왜곡을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나. 결국 경제정책의 대전환만이 유일한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재해추경을 제외한 나머지 4조5000억원을 오롯이 경기부양으로 쓴다고 해도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는 0.03~0.04%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그 세부적인 내용조차도 도대체 경기부양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단기일자리, 제로페이, 체육관 관리 이런 것 투성이다. 결국 국민혈세를 총선용으로 살포하겠다는 ‘눈먼 돈 추경’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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