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어려운 ‘경제 투톱’… 티격태격하다 함께 흔들리는 ‘김&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교체론 커진 경제부총리-靑정책실장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참석차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때가 될 때까지는 예산 심의를 포함해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참석차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때가 될 때까지는 예산 심의를 포함해 책임을 다하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경제 투톱’의 교체가 본궤도에 오른 분위기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방향을 놓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던 ‘김&장’,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얘기다. 청와대는 1일 “(교체 여부에 대해)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여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다양한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지금 (경제) 상황은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제 책임이다.”

교체설이 불거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투 톱’인 김 부총리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교체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투였다. 청와대도 두 사람의 교체 시점 및 후보군을 놓고 장고에 돌입한 분위기다.

○ 홍남기, 김동연 후임으로 급부상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사에 관련된 내용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내용인데,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고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교체설이 불거졌을 때 “사실 무근”이라고 한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심을 내리면 곧바로 후속 인선을 발표할 수 있도록 후보군 물색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김 부총리도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그간의 소회를 이야기해 보라”는 이낙연 총리의 권유에 따라 길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측근인 홍 실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이 총리와도 가깝고, 국정 운영 철학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호남(전남 보성)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현역 시절 ‘소방수’로 통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후임 정책실장은 내부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가장 유력하다. 윤 수석은 취임 직후부터 매일 오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티타임 회의’ 멤버로 합류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던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이끌었던 조윤제 주미 대사도 경제부총리, 정책실장 모두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대미외교의 첨병인 주미 대사를 다시 뽑아야 하는 부담은 걸림돌이다.

○ 교체 시점과 방법 놓고도 고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시정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시정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교체 시기와 방법도 이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을 동시에 교체할지, 아니면 누구를 먼저 교체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경제부총리의 경우 정책실장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사를 코앞에 두고 있다. 김 부총리도 이날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사퇴) 단계나 때가 될 때까지는 예산 심의를 포함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권에서는 장 실장을 먼저 교체하고, 국회의 예산 심사가 끝나면 김 부총리를 교체하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장 실장이 먼저 물러나면 그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아예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두 사람 외에 장관 및 청와대 참모를 함께 교체해야 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 전문가들 “투 톱 역할 분담부터 명확히 해야”

사람을 바꾸기에 앞서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총리가 경제 상황을 책임지고 정책실은 정부 정책 전반의 흐름을 관리하는데, 현 정부에선 정책실장이 또 다른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가 된 만큼 누굴 뽑더라도 투 톱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경제철학이 실현되도록 보좌하는 역할일 뿐, 경제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부총리에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기용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이새샘 / 유근형 기자
#김동연#장하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