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묘역 참배한 이해찬… 29일 구미서 최고위원회의 열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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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대표 취임 첫날 ‘외연 넓히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취임 첫날인 27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통합 행보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것. ‘버럭 총리’로 통했던 강성 이미지를 지우고 협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신임 최고위원들과 장대비가 내리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통령 때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복역했다. 이 대표는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말했다.

국회로 돌아온 이 대표는 오전 9시 반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주 52시간 시대’에 맞추기 위해 회의 시간을 전임 추미애 대표 때보다 30분 늦췄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음 최고위원회의는 29일 구미에서 열고 이 지역의 혁신성장 기업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구미는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민주당 출신 시장을 배출한 곳. 이 대표의 구미행은 TK(대구경북) 지역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자신의 임기 중 치러질 2020년 총선에서 TK에서 승리해 전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고위가 끝난 후에는 오후 늦게까지 문희상 국회의장과 4개 야당 지도부를 연이어 만나 협치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문 의장을 찾은 뒤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대통령정책실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 위원장과는 가족을 만난 듯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 청와대 계실 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 그런 마음으로 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매긴다고 하는데, 이런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가능한 한 서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또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통상 여야 대표가 만나면 언론을 의식해 번갈아 모두발언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친구끼리 대화하듯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의 만남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이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때 여야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유했다.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모양새가 더 좋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너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이 갈 때보다 실질적 남북관계가 진전이 있을 때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문 의장과의 만남에서는 주로 민생, 경제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당정협의회를 정례화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제안했다”고 했다.

이날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이 대표를 찾아왔다. 한 수석은 이 대표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이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다. 한 수석은 “대통령이 3개월에 한 번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하기로 했는데, 이 대표가 실질적 협치가 되도록 역할을 잘해줄 거라 믿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한 수석에게 존댓말을 쓰며 “개혁입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을 매개로 한 협치 가능성을 타진했다. 정의당 이 대표는 “대표님을 믿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도 만나며 하루 만에 야4당 지도부를 다 만났다. 일각에선 경선 기간 제기된 건강이상설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박정희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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