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논란속 JP 국민훈장 추서… 문재인 대통령 조문은 안하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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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온 김부겸 “관례에 따른 조치…문재인 대통령, 유족에 정중한
위로 전해”
靑내부서도 훈장 추서-조문 찬반… 지지층 반대 여론에 결정 고심
보수진영 “훈장 반대 말이 되나”, 여권일각 “조문 안한것 아쉬워”

25일 오후 1시경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파란색 보자기로 감싼 상자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상자 안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이를 세울 받침대가 담겨 있었다.

20분가량이 지나자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빈소로 들어섰다. 정부를 대표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JP에게 추서하기 위해서였다. 손에 흰 장갑을 낀 김 장관은 영전에 헌화하고 향을 피운 뒤 훈장을 추서했다. 밝게 웃고 있는 김 전 총리의 생전 모습 바로 아래였다.

김 장관은 유족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를 전했다. 빈소를 나선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 유족들에게 정중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다. 유족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훈장 추서를)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정부의 의전 절차와 관례에 따라 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무궁화장을 추서했던 것이 존중돼야 한다”며 “정부를 책임졌던 국무총리로서의 역할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노고에 감사를 표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를 놓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관례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 논란이 이어지면서 JP에 대한 훈장 추서가 한국 사회의 여전한 이념대결 구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JP를 추모하는 빈소에서도 훈장 추서를 놓고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신문영 운정재단 사무총장은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이 조문하면서 노발대발했다. ‘나도 받은 훈장을 어른이 안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 격인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도 “국민 여론이 다 우호적인데 일부 반대분자들이 그러는(훈장 추서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훈장인 만큼 JP가 수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진보 진영 일각의 논리라는 것이다.

반면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유신체제,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있고 그 평가 속에서 고인의 정치적 인생에 대한 판단은 (애도와) 별개의 문제”라며 “(훈장 추서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훈장 추서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200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훈장 추서를 철회하라”며 “선거에서 이겼다고, 지지율이 높다고, 촛불이 눈에도 안 보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훈장 추서 방침을 밝힌 이낙연 국무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추서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의전팀 등과 상의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훈장 추서와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과거 전례를 검토한 뒤 김 전 총리에 대해 훈장을 추서하되 직접 빈소를 방문하지는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훈장 추서와 조문을 놓고) 여러 의견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을 고려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하는 등 문 대통령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총리가 주역이 된 ‘3김 합당’을 강하게 비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문 대통령도 김 전 총리를 ‘유신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냉정한 평가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김 전 총리 조문을 통해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애초에 직접 조문에 선을 그었다면 모를까 이미 논란이 확산된 뒤에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 기자
#김종필#조문#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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