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 19조 쏟아붓지만… 정부주도 창출엔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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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제정책방향]문재인 정부 첫 연간 경제정책 주요내용

“상반기(1∼6월)에 청년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취업자 수 증가는 올해와 동일한 수준이다.”(2018년 경제정책방향 중)

내년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예상대로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유세 개정 방침도 공식화했다. 올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만든 첫 연간 단위 경제정책이다. 올해 내내 조금씩 선보인 각종 정책을 총망라해 종합했다.

하지만 정부 공식 전망에서조차 내년도 일자리 상황은 ‘잿빛’이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부터 나랏돈을 보조금으로 주는 정책으로는 일자리 확대가 어렵다는 게 확인됐지만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해외취업 활성화 등 효과가 미미한 정책들이 재탕되면서 ‘청년 일자리 절벽’에 대처할 수단이 마땅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 예산 2조 원 늘려도 취업자 수는 제자리

정부는 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취업자 증가 수를 32만 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과 동일하다. 올 7월에 정부가 내놨던 내년 목표치(36만 명)보다 11.1%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역대 최대인 19조2000억 원을 내년에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1년 만에 2조1000억 원(증가율 12.7%)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면서도 신규 취업자 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란 것을 계획 단계부터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취업할 때까지 중소기업을 소개해 주는 ‘청년 중소기업 취업보장 서비스’를 청년실업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일자리 대안을 만드는 ‘청년일자리정책 제작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공공기관 일자리는 1000개 이상, 교원 일자리는 1289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운 주요 청년 일자리 대책 중에는 해외취업 확대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내 대학생들이 4학년 때 일본에서 수업을 받은 뒤 일본 취업에 나서는 ‘한일 대학 간 3+1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1만 명의 청년이 진출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월 9.2%까지 오르는 등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지만 공공 일자리 늘리기 외에는 뚜렷한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해외 취업 확대를 놓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고 한 발언이 연상된다는 평가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추진으로 일자리 개수가 늘어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증가폭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유연한 일자리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보유세 인상 논의 본격화

정부는 내년에 굵직한 경제정책방향에 손을 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 등 주택 관련 세금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주택보유세와 임대소득세 등을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밝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다주택자 보유세 부분은 조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상하는 방향으로 손질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논의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내년 8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보유세 개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KDB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 명예퇴직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기관 전반으로 명퇴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철학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2주 여름휴가 쓰기 운동도 시작한다. 내년부터는 국민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넛지 정책’의 아이디어 공모도 받는다.

한편 정부는 내년에 한국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0%로 올해(3.2%)에 이어 2년 연속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2010년(6.5%)과 2011년(3.7%)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내년에 3만2000달러대로 예상돼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일자리#예산#문재인 정부#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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