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극적 협상 배제못해… 미군철수 연계하면 한국 큰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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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외교 전문가 진단

‘8말 9초’ 한반도 위기설이 북한의 전격적인 6차 핵실험으로 현실화되자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도발의 원인과 파장, 앞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북핵 이슈가 도무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기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미 대화 모드로 갑자기 전환될지, 아니면 우발적인 군사 대응으로 전쟁 상황이 전개될지 시선이 쏠린다.

○ 미중의 대북 압박 실패가 6차 핵실험 이어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핵실험에 대해 “미중이 제대로 압박하지 못해 북한이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거리낌 없는 핵 도발은 6차 핵실험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친 미국과 중국의 합작품이라는 진단이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은 북한이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했는데도 마치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것처럼 유화 제스처를 취했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고강도 제재를 하지 못하도록 북한을 감싸면서 도발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하반기 들어 굵직한 도발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결국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하게 인정받겠다는 로드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핵 위력을 높이는 차원은 이미 떠났고 실험을 언제 해야 타격이 클지 정무적인 판단만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이 지난 후 국제사회가 도발을 모두 예상하는 시기가 아닌 9·9절 전 주말을 택했다”고 말했다.

○ 사실상 핵탑재 ICBM 배치만 남은 듯

6차 핵실험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 북한은 완성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정교하게 자유자재로 발사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보여주는 게,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김일성이 인프라를 닦았고, 김정일이 이를 실행에 옮겨 무기 만드는 것을 추진했다면 김정은은 무기를 찍어내고 전략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3대에 걸쳐 내려온 유훈사업인 만큼 북한은 앞으로도 착실하게 계획대로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도발의 궁극적 목표는 북-미 대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핵실험 시기와 방식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도 종국엔 자신들과의 대화 외에 별다른 길이 없다고 인식한 김정은이 북핵 게임의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목표는 이제 핵도 보유하고 대화도 보장받는 것”이라며 “남북대화를 원하는 한국을 인질로 잡고, 미국이 군사적 보복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 핵을 확실히 갖고 가자는 취지에서 김정은이 배짱을 부린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을 제외한 전격적인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체제나 정권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북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안전 확보를 담보받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 동맹 해체 등과 연계시켜서 협상하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낭만론적 환상을 깨야 한다는 쓴소리도 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에 한국은 대화 상대로서 안중에도 없다”며 “인도적 문제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적인 대화도 힘든데 정부도 운전석론을 계속 주장할 시기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 “미국도 군사적 조치 명분 쌓이고 있어”

북-미 간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있다”는 발언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적인 조치를 실제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금단의 영역을 오가고 있다”며 “강대강 국면이 이어질수록 미국도 군사옵션을 취할 수 있는 국제법적인 정당성을 쌓아가고 있음을 김정은은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가령 북한이 ICBM을 계속 갖겠다고 하면, 미국은 워싱턴이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명분으로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선제공격으로 위협을 도려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송찬욱·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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