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북핵폐기 의지… 김정은, 새 보안관 온것 깨달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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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한반도]‘4월 위기’는 넘겼지만… 트럼프-김정은 ‘핵 싸움’ 이제 시작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25일)에 6차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자제했지만 미국은 발사 30분 내에 평양에 도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공개 예고하며 대북 군사 압박을 이어갔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하는 기습 도발을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어 핵·미사일 개발을 완수하려는 김정은과 이를 막으려는 트럼프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공군 국제타격사령부(AFGSC)는 26일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니트맨3’ ICBM 발사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등 미국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미 공군은 “1년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그재미너는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실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5일과 올 2월 8일에도 같은 기종의 발사실험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등에서는 북핵 저지를 위한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25일 브리핑에서 “대북 압력의 요점은 외교적이고 경제적인 것이다. 희망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군사 옵션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진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대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선제 타격은 가장 마지막 옵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케인 위원장과 동석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을 막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짐을 북한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이 (동북아라는) 마을에 새 보안관(new sheriff)이 왔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게 트럼프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토너 대행도 “북핵 문제는 가장 우선적이고 중심에 있는 중대 관심사(front-burner issue)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이 바른 행동을 하기를 기다리는 시기가 오래전에 지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가 압도적인 고강도 외교-군사-경제 압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freeze)시키고 핵·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킨 뒤 핵 포기 협상으로 가겠다는 2단계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트럼프의 ‘당근과 채찍’에 밀려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미중 협공이 핵을 가져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김정은의 전략적 인식을 바꾼다면 북-미 대화, 남북대화, 6자회담이 차례로 복원되면서 북핵 문제가 진전될 수도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청샤오허(成曉河) 런민(人民)대 교수는 26일 성균중국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미중 정상이 빅딜을 통해 협력하면 북핵 문제 해결도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대를 이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김정은이 쉽게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미국 내에서도 나온다. NYT는 “기껏해야 소형화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는 시간을 몇 년 늦추는 효과밖에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일단 저강도 도발로 미중의 회초리를 피하고 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대북 정책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거나 중국이 압박 수위를 낮추는 경우 북한은 전략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이 말로 내뱉은 군사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NYT 칼럼니스트는 20일 ‘북한-트럼프 악몽’이라는 칼럼에서 중국이 대북 억제에 실패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할 경우 자존심이 상한 트럼프가 대북 선제 타격을 하고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시늉을 한 뒤 이래도 안 바뀌지 않느냐며 핑계를 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북핵#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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