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한반도 4월 위기설’ 진상 밝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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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핵항모 칼빈슨함 전단과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함을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데 이어 일본에 정박 중인 핵항모 로널드레이건함도 이달 말쯤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대규모 해병대 병력을 실은 강습상륙함은 서태평양에서 대기 중이다. 미국 태평양 항모 전력의 절반 수준이다. 경북 포항 해안에서는 어제부터 한미 합동 전쟁물자 보급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이런 군사적 움직임과 맞물려 어제는 미국의 4월 북한 폭격설에 김정은 망명설까지 사설정보지(지라시)에 돌았다. 북한이 이달 중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반도 전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어제 “저의 모든 것을 걸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겠다”고 밝혔다. 위중한 시기에 유력한 대선 후보라면 전쟁 불안을 부추겨서도, 소홀히 봐서도 안 될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시험을 중단하면 대화를 생각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 교체 목표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통한 강력한 경제 제재에 방점을 두고 대화의 문도 열어 두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거나 북한이 스스로 핵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한다면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10일 서울에 도착한 우다웨이 북핵 6자회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행보나 16일로 예정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주목되는 이유다.

문제는 군사행동이든 전격적인 북-미 대화든 우리에게 모두 위기란 점이다. 어느 경우라도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 과도기 정부는 선제 타격이나 전술핵 배치, 북-미 대화의 조건 등 작금의 상황에 대한 입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남의 손으로 결정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눈앞에서 펼쳐지려 한다. 일본 자민당의 유력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9일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며 자국민 구출 대책을 촉구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유도하는 발언일지 모르나 유력 정치인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면 아뜩해진다.

통일부와 군 당국은 어제 “미국의 독자적인 선제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 심리는 가시지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 같은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가 한반도 위기설이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과도기 정부가 실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다. 정부의 속 시원한 상황 진단이나 대책을 듣지 못하는 국민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강습상륙함#4월 북한 폭격설#지라시#렉스 틸러슨#황교안#윤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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