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접전 文-安,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선택 기준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0시 00분


코멘트
4주 앞으로 다가온 5·9대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1, 2위를 다투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역별 몰표 현상도 사라졌고, 이념적 대결 양상도 누그러진 듯하다. 이제 유권자들은 누가 국정을 잘 운영해 나갈지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 한 명을 뽑는 게 아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권 담당 세력을 함께 뽑는 것이다. 그런 만큼 후보 주변에는 누가 포진해 있는지,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양철(양정철 전해철) 부활’이니,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 된다(안찍박)’느니 하는 논란도 단순히 정치공세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 후보 주변엔 친노(친노무현)·86그룹으로 대표되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포진하고 있다. 문 후보가 집권하면 편 가르기와 대북(對北) 유화·반미친중(反美親中)의 과거 운동권식 정치가 부활해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될 것이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 불안감을 불식시켜도 모자랄 터에 ‘적폐 청산’을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다. ‘친일·부패·기득권 세력’을 적폐 세력이라 규정하지만 들여다보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세력은 모두 적폐로 규정하는 듯하다. 당장 문 후보부터 안 후보에 대해 “부패·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라며 안 후보 지지자들까지 싸잡아 적폐로 매도했다. 당내에선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를 포기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번번이 친문 세력의 반대에 막히고 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안 후보도 대부분 호남 출신인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4·13총선 후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의당이 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안철수라는 머리와 호남당이라는 몸통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대선이 임박했을 때는 통상 후보의 말이 곧 당론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약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당론 변경도 쉽게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안 후보가 집권해도 햇볕정책 신봉자인 ‘상왕’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호남 세력이 안보 문제에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집권하면 ‘대탕평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새 내각의 인선·검증도 결국 측근 그룹에 맡겨지거나 적어도 측근 그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가까운 측근일수록 멀리하는 것이 대탕평의 시작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측근의 장벽에 에워싸인 ‘철옹성 대통령’도, 측근에게 휘둘리는 ‘아바타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다.
#5·9대선#문재인#안철수#세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