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득권 대연정” 비판… 발끈한 문재인 “해명할 시간 더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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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2차 토론회


“기득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대규모로 몰리는 것 같다. 일종의 기득권 대연정 아닌가.”(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기득권자 일체를 다 타도 배제하자는 것으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수 없다. 재벌 개혁으로 재벌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서로에 대한 예의 지키자. 상대를 친재벌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민주당 한솥밥 먹어온 동지적 우애를 깎아먹는다.”(안희정 충남도지사)

6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TV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합동토론회에서 주자들은 ‘재벌 개혁’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주자들은 탐색전으로 치러진 1차 토론회(3일)보다 한층 강한 어조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때론 청문회 증인을 추궁하듯 상대 주자를 매섭게 몰아붙이며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 대기업 준조세 폐지 두고 文-李 정면충돌

후보들이 정면충돌한 이슈는 재벌 개혁이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대기업 준조세(약 16조4000억 원) 금지법을 주장했다가 ‘말 바꾸기’를 했다고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시장은 “대기업 준조세 중 법정 부담금(약 15조 원)을 없애면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며 “정치권이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정신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강자 편을 들면 어떡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에게 ‘친재벌 성향’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법정 부담금은 (폐지하는 게)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이 시장의 질문이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최순실 게이트의 삼성 사례처럼 재벌이 뜯기는 돈(준조세)이 얼마나 많나. 그런 걸 일절 없애겠다는 취지라고 정리하자”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답변이 길어지자 “A를 물으면 A라고 답을 달라”고 채근했다. 답변 시간이 거의 끝나갈 즈음 이 시장의 공격이 진행되자 문 전 대표는 발끈하며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며 해명 시간을 달라고 사회자에게 요구했다. 결국 중재에 나선 사회자가 문 전 대표에게 추가 시간을 부여해 두 주자 간의 대치가 마무리됐다.

○ 안보위기 해법 두고 文-安, 李에 협공


안보 토론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이 시장을 협공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자고 이야기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 시장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를 2배 올리겠다고 하니, 최악의 경우를 각오해서라도 당당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가 “사드를 한미일 군사동맹의 중국 봉쇄전략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해 놀랐다”고 하자, 최성 경기 고양시장은 “찬반을 강하게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정치 지도자의 태도가 애매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압박하는 것이다”며 “민주당 후보들이 중국은 경제 제재 멈추고 미국은 서두르지 말라는 공동 입장을 내자”고 즉석 제안을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제안을 절대 받기 어렵다”며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고, 미중 모두에 ‘어느 편이냐’고 코너에 몰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 安 “한국당 좋아 대연정 제안 아냐”

최 시장은 대연정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헌정 파괴를 일삼고 있는데, 한국당과의 대연정 제안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안 지사를 겨냥했다. 이 시장은 “발목잡기를 피하려 온몸을 내줄 수 없다”며 대연정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 연합정부 구성을 통한 ‘촛불 대연정’을 주장했다.

안 지사는 “현실에서 어느 하나의 법안도 통과 못 시키고 있지 않으냐. 한국당이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며 “의회정치의 가장 강력한 다수파와 대통령 협치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대연정 제안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에 동의하는 야권과 연정이 가능하고,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를 해 나가겠다”며 여야정 국정협의체 상설화를 제안했다. 1차 토론회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적폐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것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안 지사 측은 토론회 종료 후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에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다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열띤 토론이 끝나고 문 전 대표는 “이 정도 긴장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치열하게 하고 끝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어떤 경우든 동지적 연대를 상실하지 않도록 전 토론을 이끌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
#이재명#문재인#민주당#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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