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이 ICBM 엔진 성공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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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들이 어제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에서 대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엔진 연소 시간 200초, 추력 80tf(톤포스·80t의 추력)라는 북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이 완성 단계에 왔다는 의미다. 80tf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 기술로 묶으면 미국 본토로 통상 500∼1000kg의 핵탄두를 쏠 수 있다. 북이 다음 달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외교부는 북의 엔진 시험 성공 발표에 “북이 추가 도발을 할수록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북은 1월 4차 핵실험부터 이번 엔진 시험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일사천리로 진척시켰다.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 규격화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무수단·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투발 수단의 시험발사에도 성공했다. 이제 핵능력 완성까지는 ICBM 시험발사만 남았다. ‘휘황한 설계도’를 보이겠다던 김정은의 호언대로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미국까지 북핵 사정권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의 가공(可恐)할 핵무기가 현실이 될 때까지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새 로켓 엔진은 우리가 2020년을 목표로 19년째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의 75tf 엔진보다 추력이 크다. 우리는 연료탱크 용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7월에야 엔진을 145초간 연소시키는 시험에 성공하고도 목표보다 연소 시간을 2초 늘린 점을 자랑했다. 북의 과학 수준을 얕보며 한국형 발사체의 우월함을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이제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군이 2022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정찰위성 5기도 정찰 주기가 2시간이어서 발사 준비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된 북의 동향을 탐지할 수 없다.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을 개발해도 자칫 써보지도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북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부어 단계별로 성과를 쌓아가는 동안 우리는 대응 수단을 확보하지도 못했고, 관련 분야 과학기술도 뒤처졌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위중한 안보 현실은 미국에 기대는 것 외에는 믿을 게 없는 풍전등화(風前燈火)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와 군에 ‘북핵 불용’ ‘북핵 응징’을 관철할 역량과 의지와 수단이 과연 있는지,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북한#엔진#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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