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지금 대선승리 가능성 제로”… 호남 교두보 역할론 먹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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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신임대표 이정현]친박 압승… 요동치는 대선구도

2년전 全大처럼… 새누리 상징 붉은색 재킷 입은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당원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년전 全大처럼… 새누리 상징 붉은색 재킷 입은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당원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범친박(친박근혜) 진영 후보 3명과 비박(비박근혜) 진영 단일 후보의 4파전 양상이었는데도 이정현 대표는 득표율 40.9%의 압승을 거뒀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승리 요인에 대해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다”고 자평했다.

○ ‘호남 대표론’ 먹혔다

당내에선 친박계의 막판 조직적인 지원에 더해 이 대표가 내세운 ‘호남 대표론’이 민심과 당심을 모두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서) 호남 20% 득표율을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는 정권 교체 불안감에 휩싸인 당심(黨心)을 자극했다.

이 대표가 경선 기간에 ‘물불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머슴 대표론’을 강조한 게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친박계는 좌장인 최경환 의원에 이어 맏형 서청원 의원을 연달아 내세우려다 패권주의 비판 여론에 밀려 주류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후 친박계는 전당대회 직전까지 이 대표와 이주영 의원을 놓고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당 안팎에서는 영남권 일반 당원들이 정서상 ‘호남 대표’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이 대표는 대의원 투표와 당원 투표,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모두 비박 진영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눌렀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1만2472표를 얻어 6688표에 그친 주 의원을 2배가량 앞섰다. 주 의원의 득표율은 29.4%(3만1946표)에 그쳤다. 3위 이주영 의원은 19.9%(2만1614표), 4위 한선교 의원은 9.9%(1만757표)였다. 득표율이 절묘하게 ‘40 대 30 대 20 대 10’으로 나뉜 것이다.

○ 대권 구도에도 요동

친박계인 이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그는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제로다. 현재 선거를 치르면 정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시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모든 조직과 정책과 관심을 돌리면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충청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후보 영입 노력에 탄력이 붙을지도 관심거리다. 친박 진영에선 호남과 충청, TK(대구경북)를 잇는 삼각연합 구축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다만 반 총장이 친박 세력의 등에 올라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내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은 일단 위기에 처했다. 비박 진영 결집을 종용하며 단일화를 이끌었던 김 전 대표는 투표 직후 “어떤 결과든 승복하고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당대회 직전 김 전 대표는 민생투어 중 이 대표를 겨냥해 “날 밀어붙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대표의 당선을 껄끄러워했다는 의미다. 전당대회 직전 주 의원을 만나 공개 지지 선언을 했던 오 전 시장의 당내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표로선 강성 친박으로 분류됐던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박 진영 다수가 포진한 새 지도부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 비박 재선 의원은 “(당 대표 당선은) 친박 조직 지원이라는 부채를 떠안은 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반 총장도 영입하고 당내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의 경선 참여도 성사시켜 그가 강조하는 ‘슈스케(슈퍼스타케이)식 대선 후보 경선’ 드라마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정현#친박#박근혜#새누리#전당대회#호남#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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