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폐지로 年 2조 세수 기대했지만… 80% 이상 날아갈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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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면세법안 쏟아낸 국회]정부案 조율중인데 “카드공제 유지”
제주 초선은 ‘선박등록세 깎아주기’… 100개 법안중 비용추계 제출 5건뿐
나랏빚 급증에 허리띠 졸라맨 정부 “정치권서 추경 압박할 것” 한숨

20대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기간 연장 법안 등을 쏟아내면서 ‘포퓰리즘(인기 영합) 법안’ 주의보가 내려졌다. 8월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와 9월 정기국회를 계기로 ‘면세(免稅) 법안’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 19대 대선까지 있어 표심을 겨냥한 ‘세금 깎아주기’ 경쟁이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해 현금 거래를 줄이고 세원(稅源)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신용카드가 널리 쓰여 제도 도입 목표를 달성한 데다 전체 근로소득자 1500만 명의 거의 절반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정부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2013년 일몰로 없어져야 할 이 제도는 3년 더 연장됐다. 직장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소득공제 축소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공제 제도는 이런 식으로 모두 6번이나 일몰에서 살아남았다. 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5년)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인한 감면액만 4조4934억 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다시 일몰이 되는 신용카드 공제 제도를 당장 없애지 않는 대신에 공제율을 조금씩 내리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일몰연장 법안을 제출하면서 정부의 계획은 틀어졌다.

지역구 민원성의 면세 법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올해 말 종료되는, 선박등록특구에 등록하는 국제 선박에 대한 과세특례 일몰 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 선박등록특구제도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곳은 위 의원의 지역구(서귀포)가 있는 제주도다. 일몰 기한이 연장되면 지금처럼 연간 18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 이를 두고 국내 국적선사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일몰제가 필요하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반응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일몰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정부는 면세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대거 통과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40.1%로 사상 처음 ‘40%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량지출을 10% 삭감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선심 법안을 쏟아내면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 후 일주일간 발의된 법안 100건 중 비용추계서를 제출한 법안은 5건(5%)에 불과했다.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발의된 법안도 48건(48%)에 그쳤다.

정부는 재정 부담이 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부정적이지만 20대 국회가 열리면 추경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어디에 쓸지 계획도 정하지 않고 일단 돈부터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추경이 지역구 민원 처리용 재원으로 쓰이게 되면 경기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금을 깎아줘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의원 입법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다른 곳에서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정부와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상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면 증세(增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은 그 부담을 소비자나 근로자에게 전가하려 들 것”이라며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면세법안#국회#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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