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겨냥한 김무성의 ‘옥새 반란’, 권력투쟁 시작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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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두겠다며 직인 날인을 거부했다.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상향식 국민공천제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정치혁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헌정 사상 초유의 ‘옥새 투쟁’을 선언한 5곳 가운데 4곳이 이재만(대구 동을), 정종섭(대구 동갑), 추경호(대구 달성), 유영하 후보(서울 송파을) 등 진박(진짜 친박)이나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단수 공천을 받은 지역이다. 이들이 후보 등록을 못하면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류성걸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져 친박계가 쳐내려고 작심한 사람들을 김 대표가 당선시켜 주는 셈이 된다. 새누리당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대표가 개인 의견을 사전 조율 없이, 정상적인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정치적 쿠데타”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국민이 바랐던 공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위원장 내정 뒤 첫 기자회견에서 “유권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천 개혁의 핵심이 권력의 입김을 차단하는 것이라면, 새누리당의 공천은 거꾸로다. 대통령 ‘심기경호 공천’이자 계파공천, 보복공천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자루를 쥔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는 대통령의 눈 밖에 났거나 진박 당선에 걸림돌인 비박계에 대해 ‘정체성’이라는 잣대까지 동원해 칼을 휘둘렀다. 살생부 소리가 나오고,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라는 취중 진담이 나온 것도 이 과정에서다. 공천에서 배제된 3선의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이한구 공관위가 얼마나 무리한 월권을 저질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김 대표로서는 이런 변칙, 꼼수 공천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하려면 최소한 공천받은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있는 시점을 택했어야 했다. 막판에 ‘옥새 투쟁’을 택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라리 대표직을 내놓고 싸웠더라면 떳떳했을지 모른다.

김 대표는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부산으로 내려갔다. 오늘 상경한다지만 직인 날인은 계속 거부한다고 한다. 친박 주류가 당헌·당규에 따라 김 대표의 행위를 ‘사고’로 규정하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대행으로 내세우거나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려 대처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상당수와 갈라설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의 ‘심정적 분당’이 총선 후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발(發) 공천 내전은 본질적으로 총선 후 당권과 나아가 2017년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전초전이다. 한 몸이어야 할 정부와 여당이 막판까지 공천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에만 골몰하다 국정은 아예 내팽개칠 작정인가.
#김무성#유승민#공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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