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치’… 알아서 나가라는 친박, 그럴 일 없다는 劉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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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6/친박 vs 비박 정면충돌]

유승민 사무실 취재진만 북적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대구 동구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에는 취재진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의원은 15일부터 두문불출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승민 사무실 취재진만 북적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대구 동구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에는 취재진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의원은 15일부터 두문불출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새누리당 공천에서 ‘태풍의 눈’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문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처리를 미루면서 유 전 원내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게 하는 ‘고사(枯死)작전’을 펴고 있는 분위기다. 유 전 원내대표는 16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일단 조용히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17일에도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내분에 휩싸이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15일 최고위로 공을 넘길 때부터 주변에 “최고위에서 결론을 못 내릴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상 시간을 벌며 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의미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최고위와 공관위의 ‘핑퐁 게임’은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에게 알아서 정리하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유승민 쳐내기’를 했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운 만큼 불출마를 선언하든 스스로 걸어 나가든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도 “직접 단두대에 세우긴 부담스러우니 ‘스스로 빨리 거취를 결정하라’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을 놓고 지난해 6,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에서 촉발된 ‘유승민 사퇴’ 정국과 닮은꼴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내세워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하자 친박계는 최고위원까지 나서 사퇴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를 거부하다 의원총회를 열어 뜻이 모아진 뒤에야 물러났다. 의원들 손으로 선출된 만큼 의원들 손으로 물러나겠다는 논리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공관위의 분명한 결정이 나온 뒤 자신의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가 2000년 정치에 입문한 뒤 줄곧 가까이에서 지낸 한 인사는 “유 전 원내대표는 당인(黨人)으로서 당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그 결정이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이후 결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공천이라는 당의 절차에 앞서 거취를 정하는 것은 ‘유승민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로 사흘째 칩거하고 있다. 15일 새벽 지역구인 대구 동구 용계동 자택을 나온 뒤 행방이 묘연하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부친 고 유수호 전 의원의 묘소를 다녀갔다거나 절에 있다는 뜬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지인들과는 연락을 끊지 않고 컷오프(공천 배제)를 포함한 여러 상황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입을 닫고 있다. 친박계에 자칫 공격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그간 사석에서 “정치는 자기 뜻으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가 끝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주민들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번 공천 사태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4·13총선이 채 30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친박계도 유 전 원내대표를 컷오프 할 경우 수도권 민심 이반 등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그의 공천 문제는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4일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그때까지 유 전 원내대표는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놓이게 됐다.

홍수영 gaea@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
#선거#총선#새누리당#공천#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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