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의 휴먼정치]반기문, 꽃가마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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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논설위원
박제균 논설위원
친반평화통일당,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통일당, 친반연대….

여의도 정치가 윤상현의 “김무성 죽여” 막말 파문과 김종인의 ‘물갈이’로 시끄러운 요즘에도 당은 조용히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당명은 모두 ‘친반(親潘)’으로 시작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추대하겠다는 정당들이다. 반 총장과 무슨 교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 총장 측은 이들과 연결짓는 시각엔 펄쩍 뛴다.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반기문 추대 움직임은 ‘반기문 대망론’에 미리 숟가락을 얹겠다는 행태다.

대선 출마로 기운 듯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궁금한 질문. 반기문은 대선에 나올까? 늘 그렇듯이 ‘정치는 생물’이지만, 나는 나오는 쪽에 건다. 흔히 반 총장은 권력의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유엔 총장 자리에 오른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가 외교통상부 장관까지는 관료였을지 몰라도, 선거운동을 하고 총장을 지낸 지난 10년은 정치인이었다.

반 총장은 1992년 부친상을 당했다. 당시 그는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판문점에 나가 회담할 때가 많았다. 부친상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판문점 회담 참석에 이어 서울 평가회의까지 마친 뒤 밤에 고향(충북 음성) 빈소에 내려갔다가 다음 날 또 판문점에 나타났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외교부 선배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당시의 또 다른 일화. 어느 날 반기문 부위원장은 공로명 위원장에게 ‘민자당 대표에게 회담 상황을 브리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 민자당 대표는 그해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 두 사람은 김 대표를 찾아갔고, YS의 눈에 든 반기문은 문민정부에서 외무부 차관보와 대통령의전·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승승장구한다. 반 총장의 부지런함이야 정평이 나 있지만, 그 못지않은 정무감각이 오늘의 반 총장을 있게 했다.

뉴욕에서 전해지는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전기(前期) 때만 해도 반 총장은 대망론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측근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연임 임기를 마치는 2016년 말부터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지만, 드물게 시간이 났을 때 가까운 사람들과 한잔하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뉴욕에서 그와 접촉했던 한 인사는 “반 총장은 지금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부지런하다. 무엇보다 공적인 일에 헌신하려는 열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선 ‘반기문 대통령, 친박 실세총리’ 카드를 말하기도 한다. 김무성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지만,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반기문은 남에게 일을 맡기기보다 자신이 다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총장을 시켜줬다’며 연고권을 주장한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부터 관료를 지낸 그가 여당보다는 후보군이 가시화한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월 방한 행보 주목

반 총장을 아끼는 외교부 선후배들은 “한국 대선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인데, 실패하면 위인전에도 등장하는 영예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맞는 얘기다. 한국 정치에서, 특히 대선에서 그를 꽃가마 태워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연 그가 전 인생을 건 싸움에 나설지, 5월 방한 행보를 들여다보면 좀 더 분명해질 것 같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반기문#대선#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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