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비상사태’에 與원내대표가 과테말라 가야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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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6박 7일 일정으로 외유를 떠났다. 박근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과테말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오래전이라지만 실은 한 달 전이고 그 무렵 박 대통령은 1월경 쟁점 법안 국회 처리가 끝났을 것으로 예상하고 ‘보은’ 차원에서 자칭 신박(새로운 친박근혜)인 원 원내대표를 특사로 낙점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사정이 달라졌으면 교체하는 게 순리다. 대통령이 준 감투라고 덥석 받은 원 원내대표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만 해도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는다면 청년 일자리의 문도 닫히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닫히게 된다”며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5개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의 국회 처리를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기존 선거구의 무효화 사태에다 주요 법안들이 국회 문턱에 걸려 있는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해 왔다. 이런 ‘비상한’ 시기에 여당의 국회 운영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어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기회만 있으면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해온 박 대통령 발언이 무색해질 판이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공천 문제를 놓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심지어 청와대 참모진을 지낸 진박(진실한 친박)끼리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고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지금 야권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든, 안철수 의원이 창당하려는 국민의당이든 총선에 눈멀어 국정에는 도통 관심도 없다. 중국·중동발(發) 경제 위기에다 안보 위기까지 겹친 상황인데도 국록을 먹는 여야 의원들은 제 살 궁리에 바쁘다. 야권도 문제지만 국정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에 있다.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누릴 생각만 있지 위기감이나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원유철#새누리당#과테말라#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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