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잔교 전면 철거 공사 앞두고
잔류 230여 척 요트 퇴거 명령
인근 마리나엔 대형요트 못 대
부산시, 3월 행정대집행 예고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부잔교에 요트들이 접안해 있다. 부산시는 해상 재개발 공사를 위해 모든 요트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요트업계는 대체 계류장이 없어 이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갈 곳이 없는데, 무작정 배를 빼라고 하니 답답합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계류장. 저녁 손님을 맞기 전 40피트급 요트의 갑판과 선실을 점검하던 김모 씨(32)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김 씨는 “이곳을 생계 터전으로 삼는 요트관광업 종사자들이 요트경기장 재개발 추진으로 근심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근심은 부산시가 지난해 12월 해상공사 추진에 앞서 계류장 내 모든 요트의 퇴거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마땅한 대체 계류장이 없는 상황에서 갈 곳이 없다는 게 김 씨와 같은 요트업 종사자의 고민이다. 재개발 추진 이전에 이곳에는 300척의 요트가 계류해 있었다. 자진 반출 후 현재 남은 요트는 230척이고, 이 가운데 약 100척이 요트 관광으로 수익을 내는 이들 소유다.
1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애초 시는 재개발 중에도 요트경기장 내 8개 부잔교(해상 부유식 선착장) 가운데 서쪽 끝 8번 부잔교를 존치하기로 시행사(HDC그룹)와 협약했다는 방침을 업계에 전달한 바 있다. 재개발 중에도 업계가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한 일종의 배려였다. 이에 업계는 1개 부잔교에 30여 척을 접안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형 요트를 공동 운영해 수익을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부잔교 존치 방침은 최근 번복됐다. 부잔교를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공사가 진행돼 모든 요트의 퇴거가 필요하다고 시가 안내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관광용 요트와 준설선 등 공사용 선박이 뒤섞이면 충돌과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컸다”며 “재개발 시행사가 부잔교를 남겨 놓은 상태에선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시는 1986년 준공 이후 노후화가 진행된 수영만요트경기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재개발 사업의 착공식을 지난해 11월 열었다. 그러나 해상공사 준비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 공사의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해상공사의 핵심은 퇴적물(펄) 등이 쌓인 바다 바닥을 준설해 수심을 확보하고, 요트 계류에 사용된 파일(pile) 등을 새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시는 대체 계류장으로 남천마리나와 우동항 등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이기주 조합장은 “45피트급 대형 요트를 댈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업체가 공동 영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2월 말까지 요트를 자진 반출하지 않으면 3월부터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업계에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업계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고, 시가 일괄적으로 대체지를 마련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부산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면서도, 그동안 부산 관광을 지탱한 마리나 산업 종사자 보호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며 “공사 기간 최소한의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피해 구제 대책을 세워 달라”고 촉구했다.
조합 측은 “요트 100척으로 올리는 연 매출이 약 100억 원”이라며 “업주 1명이 통상 1∼2척을 운영하고 요트 외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조합에 따르면 업주들은 해 질 무렵 요트경기장에서 출항해 광안대교 인근 해상에서 폭죽놀이 등을 진행한 뒤 돌아오는 50분짜리 야경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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