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강조점 달랐던 3國 정상 ‘3色 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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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동북아 평화”… 日 “납북자 문제 해결”… 中 “과거사 직시해야”
5분씩 발언 15분 공동기자회견… 아베-리커창 모두 한국말로 인사

1일 한중일 정상회의는 1시간 반 만에 끝났고, 공동기자회견도 15분 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3국의 반목과 갈등으로 3년 반 동안 열리지 못했고, 정상회의 개최 합의 이후에도 의제와 의전을 놓고 막판까지 신경전을 펼친 것에 비하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3국은 경제적으로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면서도 과거사와 정치·안보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이런 상황을 너무나 잘 아는 만큼 쉽게 가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 쟁점사안을 두고 논쟁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아 정해진 시간 이내에 회의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상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 진행에 따라 △3국 협력 평가 및 발전 방향 △주요 지역 및 국제 정세 등 2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3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각 5분씩 발언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결같이 ‘3국 협력 체제의 복원’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강조점은 조금씩 달랐다. ‘국내용’ 성과물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각각 자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신경전도 감지됐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의장답게 미소를 띠며 모든 이슈를 아울렀다. 한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과거사에 대해선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장국으로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점도 거론했다. 3국 공동선언의 제목이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언을 마친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3국 정상회의 주최국과 차기 주최국 순에 따라 차기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 측으로 넘긴 것이다.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어로 발언을 시작한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3국 간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역사’라는 단어는 아예 거론하지 않는 대신 북한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 가장 중요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해결을 두 정상에게 강하게 호소했다”면서 “북핵 반대와 비핵화에 대한 3국 공조를 확인한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단호한 어조로 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리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부터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토대 위해서 이루는 것인데 일부 국가들 간에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리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두가 다 아시는 이유로 3국 협력이 3년간 방해를 받았다”며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은 역사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우회적인 표현이지만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며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로 발언을 마쳤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한중일 정상회의#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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