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우클릭’ DJ따라가는 文 vs “5·24 해제 안돼” 제동건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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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여야 안보논쟁]
盧와 다르게 움직이는 문재인

기협 창립 기념식 나란히 참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1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사람은 노동개혁,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은 
물론이고 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에서도 대립하고 있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기협 창립 기념식 나란히 참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1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사람은 노동개혁,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은 물론이고 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에서도 대립하고 있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달라졌다. 그의 적극적인 ‘우(右)클릭’ 행보는 ‘뉴 문재인 플랜’으로 불린다. ‘유능한 경제·안보 정당’을 내걸면서 당의 중도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6일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까지 열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당내에선 ‘뉴 문재인 플랜’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뉴 DJ 플랜’을 벤치마킹했다는 얘기가 많다. ‘친노(친노무현)’의 좌장인 문 대표가 DJ식 행보를 밟는 것은 시대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문 대표, DJ의 좌파 선 긋기 비슷해

DJ는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전교조·전노협·전농·전대협 등 운동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패했다. 1995년 7월 정계 복귀를 하면서 철저한 ‘우클릭’ 전략을 채택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진보 좌파적 색깔을 버리고 중도화 노선을 걸었던 것.

DJ는 1996년 9월 강릉 북한 잠수함 사건 발생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안보영수회담에서 “북한 공산주의자의 도발과 협박을 단호히 규탄해야 한다”며 여당보다 먼저 ‘북한 규탄 국민궐기대회’를 제안했다. 군 사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제의했다.

문 대표 역시 3월 25일 천안함 폭침 5주기를 하루 앞두고 강화도 해병부대를 찾아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폭침’으로 규정했다. 북한 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새누리당보다 먼저 당 차원의 ‘북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고, 군 사기 진작을 위해 부상 장병을 먼저 방문하기도 했다.

급진적인 세력과 선 긋는 노력도 비슷하다. DJ는 1996년 8월 30일 연세대에서 한총련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한총련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고 자진해산해야 한다”고 말해 좌파진영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박영희 전국장애인철폐연대 공동대표의 선임을 보류하면서 옛 통합진보당 활동을 문제 삼았다. 문 대표가 2012년 옛 통진당 세력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점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넓은 중원으로 나가야

당 관계자는 17일 “문 대표가 밝힌 경제통일을 통한 신경제지도 구상은 DJ의 햇볕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켜 환동해권·황해권까지 포함시킨 ‘햇볕정책 시즌2’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2월 전당대회 직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야권 진영에서 사실상 금기시된 관행을 깬 우클릭 행보였다. 이를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의 무게중심을 중도층으로 넓혀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는 자서전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안보와 성장 분야에서 폭이 좁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국민이 우리를 수권 세력으로 신뢰할 것”이라고 적었다.

○ 신당론 차단 포석도

당 일각에선 문 대표의 대북 메시지가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뢰 도발을 일으킨 북한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 5·24 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하자는 주장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다른 정치적 해석도 있다. 경제 안보 강화 노선은 끊임없이 거론되는 ‘신당론’ ‘분당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 의원들 대부분이 중도·온건 성향임을 감안해 이탈할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문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대선 등) 전략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의 행보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형식만 DJ를 따를 경우 기존의 지지 세력마저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 “北 지뢰도발 생각할때 대북제재 해제는 비현실적” ▼

안보 주도권 경쟁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지도부가 17일 일제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맹폭을 가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을 “비현실적이고 부적절한 제안”이라며 문제 삼은 것이다. 문 대표가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대선 행보에 나섰다고 보고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의 임무를 다하다가 북한의 폭침에 의해 사망한 46명의 천안함 해군 장병들을 생각할 때, 또 최근 비무장지대에서의 지뢰 도발을 생각할 때 (문 대표의) 제안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은 3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야당이 발목만 잡지 않았어도 아마 올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남북이 (당장) 통일이 안 되더라도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단숨에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경제규모가 커진다”는 문 대표의 전날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날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황진하 사무총장 등도 문 대표 때리기에 가세했다. 지도부가 일제히 융단 폭격에 나선 것은 현 여권이 주도해 온 안보 이슈를 새정치연합에 뺏기지 않겠다는 ‘수성(守城)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군 당국이 북한의 지뢰 도발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11일)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대북규탄결의문을 발표한 데 이어 곧바로 부상 장병을 위문하는 등 ‘안보 우클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도층을 겨냥한 문 대표의 행보에 김 대표가 건건이 맞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통합 행보’를 통해 중도층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4일 김구 선생 묘역 참배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사저 방문을 통해 ‘균형 맞추기’에 나선 것이 대표적 예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월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 참 멋진 인생이셨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안보 행보가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불과 며칠 전 북한 지뢰 도발을 규탄한다며 부상병 병문안까지 간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5·24조치 해제를 요구했다”며 “문 대표가 ‘좌우 정체성 장애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재인#안보#제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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