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과 성낙송 수원지법원장, 이기택 서울서부지법원장 등 고위 법관 출신 3명이 추천됐다. 대법원장이 이 중 누구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더라도 ‘고위 법관·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라는 ‘대법관의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법관 출신인 대법관 구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려대와 한양대 출신 각 1명을 제외한 12명이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여성은 2명뿐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임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1차 추천된 27명의 명단까지 공개했지만 이번에도 대법관 다양화에 대한 기대는 무산됐다.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1명이 연간 30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려면 숙달된 경력법관 출신이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100여 명의 재판연구관이 대법관들의 판결 실무를 돕고 있고, 대법원 사건의 50∼60%가 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핑계에 가깝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15명의 재판관을 판사 출신 6명, 변호사 출신 4명, 검사 출신 2명, 기타 직역 3명으로 구성한 것과 비교하면 대법원의 ‘법관 순혈주의’는 도가 지나치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 구성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천위원 10명 중 민간위원 3명과 법관 1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법원행정처장, 선임대법관이 추천위원 당연직이니 전체 추천위원 중 과반이 대법원장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니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이나 ‘형사소송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소수의견도 없이 ‘13 대 0 결론’이 나오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대법관 절반을 검사·변호사 및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임용하는 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최고법원은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는 재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대법원도 언젠가 외풍(外風)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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