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천지분 챙기려 黨 흔들면 용납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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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비노진영 겨냥 성명서 준비… 최고위원들 만류해 발표 취소
비노 “전면전 선포냐” 강력반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겨냥해 “지도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며 정면 공박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위원들과 핵심 당직자들이 만류해 공식 발표는 취소됐지만 비노 진영은 “이제 전면전 선포냐”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홍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문 대표가 이날 오후 2시 발표하려 한 성명서 초안은 A4 용지 4장 분량이었다.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는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비노 진영에 대한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당 일각에서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逆)패권주의다.” “당내 누구라도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하지 않겠다.” “내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 않다.”

문 대표는 전날 비노 진영이 주축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과 오찬을 하면서 이 같은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공천 지분 챙기기 아니냐는 것이다.

사전에 내용을 본 일부 최고위원이 “내용과 시기가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어 공식 회견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 내용은 비노 진영에 고스란히 흘러들어갔다.

비노 진영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문재인 책임론을 주장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는 마치 내가 공천권에 대한 사심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며 “당을 깨자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반발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총선 공천 혹은 지분 운운은 사실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사실상 친노 대 비노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계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전직 야당 의원들 모임인 ‘민주헌정포럼’ 오찬에서 “친노에 가까운, 운동권적 강경론이 당론으로 지배되는 정당으로 남아 있는 한 (차기) 집권은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 사퇴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편 문 대표는 15일 광주 방문을 추진하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혜림 beh@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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