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널리 쓰이는 대상포진 백신, 치매 위험 24% 감소[노화설계]

  • 동아닷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고령자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4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을 위험이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군의 치매 발생률은 18.8%, 비접종군은 24.6%로 약 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현재 사용 중인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 접종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델라웨어대학교, 프로비던스 재향군인병원 등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 내과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단기 또는 장기 요양을 위해 숙련 간호시설(수술이나 질병 치료 후 재활과 전문 간호를 제공하는 요양·재활 의료시설)에 입소한 66세 이상 성인 50만 명 이상의 건강기록과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상품명 싱그릭스)을 최소 1회 접종한 사람과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연구 책임자인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칼리 헤이스(Kaley Hayes) 교수는 “비슷한 결과를 보고한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이전 세대의 대상포진 백신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 연구는 최신 백신만을 대상으로 했고, 특히 요양·재활 의료시설에 입소한 고령층 가운데 아직 대상포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를 보고한 이전 연구들은 대부분 약독화 생백신 접종자를 분석한 것이다. 상품명 ‘조스타박스(Zostavax)’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조스타박스는 싱그릭스보다 효능이 낮고 면역 지속 기간도 짧아 현재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중단됐다.

연구진은 무작위 임상시험과 유사한 조건을 통계적으로 재현하는 ‘표적시험 모방(target trial emulation)’ 기법을 사용했다. 연구에는 2017~2022년 미국 전역 5500개 이상의 숙련 간호시설에 입소한 환자들의 메디케어 청구자료와 전자의무기록(EHR)이 활용됐다. 전체 참가자 50만9926명 가운데 실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8843명이었다.

참가자는 기존 치매 진단 이력이 없고 대상포진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포함했다. 연구진은 싱그릭스를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을 접종군으로 분류했다.

다만 실제 권장 접종은 2회 접종이며, 이번 연구는 완전 접종 여부에 따른 효과 차이를 분석한 것은 아니다.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싱그릭스를 최소 1회 접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진단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구체적으로 접종군의 18.8%가 4년 내 치매 진단을 받은 반면, 비접종군에서는 24.6%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헤이스 교수는 “이 결과는 고령자 17명 중 약 1명꼴로 치매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감염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몸 한쪽에 물집성 발진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50세 이상 고령자나 면역저하자에서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억제하고 전신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에서 염증 수치가 낮고,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느린 경향도 관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백신이 치매 위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무작위 대조시험을 수행해 얻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포진 환자의 환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환자의 환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 보호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헤이스 교수는 “인지 기능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원래는 신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이 뇌 건강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대상포진 백신을 치매 예방 목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합병증 예방을 위해 권고되고 있으며, 치매 위험 감소 효과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ANNALS-25-04689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