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 생수병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바로 마시지 못해 뜨거워진 차량 내부에 그대로 두는 일도 흔하다. 뚜껑도 따지 않은 상태라면 마셔도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제조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은 대부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로 만들어져 환경 호르몬 용출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여름철 차량 내부나 직사광선 아래에 장시간 방치하면 미세·나노플라스틱과 PET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안티몬(antimony) 같은 중금속 등이 물로 용출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치 않는 물질을 물과 함께 섭취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르면 생수는 21℃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상적인 보관 온도는 10~21℃ 정도다.
여름철 차량 실내 온도는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올라간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연구진이 2002년 5~8월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맑은 날 햇볕 아래 주차된 차량 내부 온도는 1시간 만에 외부보다 평균 약 22℃ 상승했다. 외부 기온이 약 22℃인 비교적 선선한 날에도 차량 내부 온도는 약 47℃까지 올라갔고, 온도 상승의 80%는 첫 30분 안에 일어났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것도 온도 상승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없었다.
최근 연구자들은 특히 미세·나노플라스틱 노출의 잠재적 건강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2025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는 사망자 조직을 분석해 간·신장·뇌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진은 2024년 사망자 뇌 조직에서 검출된 미세·나노플라스틱 농도가 2016년 사망자 조직보다 약 50% 높았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태반·혈액·폐·간·심장·정액·고환·모유 등 다양한 조직과 체액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이 보고됐다.
2024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발표 연구에서는 경동맥 죽상판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향후 3년 동안 심근경색·뇌졸중·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세포 연구에서는 염증, 산화스트레스, 세포 손상, 생식 독성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연관성 또는 실험실 연구 결과로, 사람에서 질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PET 생수병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제기된 또 다른 우려는 안티몬 용출이다.
안티몬은 PET 제조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금속 원소다.
2014년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 생수를 냉장 온도(4℃)와 실온(25℃)에서 보관한 뒤 비교한 결과, 실온 보관 생수의 안티몬 농도가 거의 두 배 높게 측정됐다.
또한 연구진은 70℃ 가까운 고온 환경에서는 안티몬 농도가 약 300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안티몬이 물로 이동할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권고에 따르면 안티몬 기준치는 리터당 20μg이다.
다만 해당 연구에서 생수병이 고온에 노출될 때 안티몬 농도가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WHO 기준은 넘지 않았다.
고농도의 안티몬에 노출되면 메스꺼움·구토·설사·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일반적인 생수에서 검출되는 안티몬 농도는 대부분 국제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생수병을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일회용 생수병은 반복 사용을 전제로 만든 제품이 아니다. 내구성과 위생 측면에서 다회용 물병보다 불리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소개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시판 생수 1리터당 평균 약 24만 개의 나노·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병 재질과 마개가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됐다.
일부 실험에서는 반복 재사용 횟수가 늘수록 병 표면이 마모되면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복 사용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흠집은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생수병 재사용 시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현실적인 위험은 세균 오염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입을 직접 대고 마시는 생수병을 반복 사용할 경우 침 속 세균이 병 안으로 유입돼 세균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척 없이 오래 사용할수록 병 내부에 세균막(바이오필름)이 형성돼 세균 증식이 쉬워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식품용으로 제작된 스테인리스 물병이나 유리 물병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차 안에 잠시 둔 생수를 한두 번 마셨다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여름철 차량 내부처럼 고온 환경에 반복적·장기간 노출된 생수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생수병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차량에 두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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