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 뜻 담긴 전화 기다렸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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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꼬리무는 의혹]
자살前 매일 만난 진경스님 인터뷰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진경 스님이 20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진경 스님은 하루빨리 나라가 진정돼야 한다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공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진경 스님이 20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진경 스님은 하루빨리 나라가 진정돼야 한다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공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충남 공주시 계룡산 갑사 신흥암에 머물던 진경 스님(79)은 지난달 18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서울로 와 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동향인 데다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던 스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스님은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이틀 전인 이달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신도 자택에 머물며 성 회장을 매일같이 만났다.

성 회장은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자부하는 자신을 ‘사정대상 1호’로 삼은 배후세력을 찾는 데 집착했다고 한다. 스님은 “성 회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박 대통령의 뜻을 담은 전화 연락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동아일보가 20일 계룡산 갑사에서 스님과 나눈 일문일답.

―성 회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언제인가.


“기자회견 전날인 7일 오후에 만났다. 성 회장이 ‘박 대통령 최측근들은 다 만나거나 전화했다’고 하더라. 김기춘(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현 대통령비서실장), 이완구(국무총리), 홍문종(새누리당 의원), 유정복(인천시장) 이름을 댔다.”

―성 회장이 몹시 억울해한 것 같다.

“성 회장은 자신을 ‘오리지널 박근혜맨’이라고 얘기했다. 2007년 경선 때는 이명박 후보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2012년 대선 때도 돈과 몸, 조직까지 다 갖다 바쳐 당선시켰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래서 어떻게 조언해줬나.


“억울하면 박 대통령에게 면회 신청하라고 했다. 참모들에게라도 부탁하라고 했다. 이병기 실장에게 전화하라고 하니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 측근 누굴 만났다고 했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다 만나고 다닌 거 같더라. 한번은 김종필 전 총리를 찾아갔더니 김 전 총리가 ‘이게 다 이완구 장난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이 총리에 대한 원망이 컸겠다.


“이 총리가 전화해 ‘성 형, 이거(경남기업 수사) 내가 (주도)한 거 아니야. 오해하지 마’라고 하자 성 회장이 ‘당신이 안 하면 누가 해! (수사)할 테면 해봐!’라고 말하고 전화를 탁 끊었다고 하더라.”

―이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성 회장 말로는 이 총리가 ‘반기문 말고 나를 대통령으로 밀어 달라’고 하길래 성 회장이 ‘반기문과 당신은 비교가 안 되지 않느냐. 반기문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당신도 명성을 쌓아올려라’라고 답했다고 하더라.”

―성 회장이 돈을 건넨 사람 이야기를 하던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자기가 낸 경비로 치렀다고 했다.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유정복에게 캠프 운영에 쓰라고 줬다고 했다. 이병기는 ‘지원을 했다’고만 했다. 허태열 서병수 홍준표 얘기는 안 했다.”

―수사 자체를 멈춰 달라고 한 건가.


“구속만 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성 회장이 하도 초조해하길래 서울 논현동의 한 점집도 같이 갔다. 검찰 조사(3일) 전이었다. 성 회장이 복채가 없어서 내가 20만 원을 대신 내줬다. 점쟁이가 ‘3, 4월에 악운이 끼고 힘들겠지만 나중에 대운이 온다’고 얘기하니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나오더라.”

―비밀 장부가 있다는 얘기는 안 하던가.

“일절 없었다. 다만 성 회장이 메모를 굉장히 꼼꼼히 하는 성격이다. 한번은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명함 1개 반 크기의 작은 메모지에 얇은 펜으로 내가 하는 얘기를 깨알같이 받아 적더라.”

―빼돌린 돈에 대한 얘기는 안 하던가.


“자기는 가진 건 주식밖에 없고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번은 점심 때 짜장면을 같이 시켜 먹었는데 성 회장이 ‘돈이 없다’고 해서 내가 돈을 냈다. 비서에게 카드를 주면서 현금입출금기에서 50만 원을 뽑아오라고 시켰는데 비서가 ‘기계가 고장났다’면서 그냥 돌아오더라.”

―성 회장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언젠가.

“8일 오후 11시 30분쯤이다. 그날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과 동향을 모아 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래서 내가 20분쯤 뒤에 전화했는데 안 받았고 이후 연락이 없었다.”

스님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6일) 오후 5시 23분 성 회장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성완종입니다. 죄송하지만 연락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성 회장 전화를 받고 서울로 온 후 10여 일 동안 딱 한 번 전화를 못 받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였다.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은 많은 정치인들에게도 같은 문자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공주=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진경스님#인터뷰#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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