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용후핵연료’에 둔감한 與… 설문조사에 의원 22%만 응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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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명중 34명만 입장 밝혀… 응답자중 79% “재처리 지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폐기물)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새누리당 의원 전원(151명)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핵 재처리 찬반 등을 조사해 정부에 제출할 권고문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 하지만 의원들의 응답률은 22.5%(34명)로 극히 저조해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찬성 79.4%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사용후핵연료 국회의원실 의견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새누리당 의원 34명 중 27명(79.4%)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명(5.9%)에 그쳤다. 지지와 반대 의견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중간’ 의견은 14.7%(5명)로 나왔다. 공론화위원회는 올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과 함께 27개 문항을 작성해 설문조사를 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천연우라늄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남는 우라늄 연료 다발로,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는 고준위 방사성물질로 관리되고 있다. 1973년 체결된 현행 원자력 협정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질문에 앞서 재처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을 설문지에 포함시켰다. 공론화위원회는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거해 재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처리할 경우 우라늄과 같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결국 설문에 답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재처리 시 핵무기 전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원자력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와 ‘핵주기’ 완성을 위해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주기란 우라늄의 ‘채광→농축→핵연료 제조→사용→사용후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 협상 진행 중인 대표의 대사 내정 논란

사용후핵연료 보관 및 저장과 관련해선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4명 중 20명(58.8%)은 수천 년 동안 영구적으로 보관 및 폐기할 수 있는 대형 처분시설 건설 방식을 지지했다.

현재 고리 한빛 한울 월성 등 4개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23기가 가동 중이며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 1만3559t이 원전 부지 내 수조 또는 콘크리트 용기에 임시로 저장돼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각 원전의 저장시설이 줄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설문조사에 답하지 않은 것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 선정 등을 놓고 벌어질 수 있는 지역 간 대립을 우려한 무책임한 행동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정부가 한미 간 협정 체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측 협상 대표를 차기 대사로 내정한 것이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 협상이 어긋날 경우에 대비하지 않았거나 우리의 국익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협상을 결렬시킨다는 ‘배수의 진’을 치지 않았다는 것.

외교부는 해당 인사가 협상 및 국회 보고 등 후속 조치까지 마무리한 뒤 부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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