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넘은 이석기 강연, 黨 왜 조치안했나”… “李 입당 두달만에 경선 1위, 배경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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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심판 18차례 공개변론… 헌재 재판관들이 많이 한 질문은?

“질문은 해답을 잉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사건 변론이 종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재 재판관들이 개별적으로 어떤 심증을 갖고 있는지는 그동안의 공개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질문 내용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 헌재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증인에게 던진 질문 내용과 횟수도 중요하다. 질문에서 재판관이 가진 의구심 또는 저마다의 심증이 엿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정미 주심 재판관 등이 질의 주도


본보가 18차례에 걸친 공개변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정미(주심) 김이수 안창호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이 질의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관들은 증인으로 나온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박경순 통진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 내란음모 사건 제보자 이모 씨 등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통진당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비민주성을 검증하는 질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재판관 9명 중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박 부원장에게 “이석기 의원이 입당한 지 2, 3개월 만에 비례대표 경선에서 남성 후보 1위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 뭐냐”고 물었다. 박 부원장이 “당내에선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는 “꽤 유명한 이유가 무엇이냐. 괜히 저 같은 사람이 간다 해서 유명해지진 않았을 텐데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재차 되물었다.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박 부원장에게 “민주노동당 입당 2년 만에 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당원교육위원이나 당헌당규를 만드는 데도 참여했는데 당 활동을 오래 하지 않고서도 중책에 임명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진보 계열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노회찬 전 의원에게는 질의가 쏟아졌다. 김이수 재판관은 노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부정경선 때문에 일어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문제가 부결됐는데 부결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일반 사람들은 ‘제명하는 게 합당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라고 질문했다. 안 재판관도 “증인조차 잘 모르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갑자기 나타나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이 과정을 보면 특정 세력이 민주노동당을 실질적으로 끌고 가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 “이석기 발언, 도 넘어선 부분 있다”

재판관들은 지난해 5월 마리스타 회합 녹취록에 공개된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 측에 “관련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의 발언이 도를 넘었고 우리가 보기에는 통상적 정세강연을 넘어서는 발언들이 있었다” “당에서 파악을 했으면 무슨 조치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이렇게 진행하자는 시나리오는 누가 짠 것이냐”라고 거듭 물었다.

안 재판관은 통진당의 당원교육위 회의록에 적시된 내용을 놓고 박 부원장에게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때 ‘자본주의의 극복’이 무엇인가. 또 ‘계급해방’ ‘자본주의를 근원적으로 극복하는’ ‘1국가 1체제 단일 공화국’ 등의 표현이 있다. 이는 결국 사회주의국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통진당 내부 자료에 우리 헌법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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