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임태희-김양건 남북정상회담 비밀협상때
金 “개발 은행 만드는 형식” 타진… 任 “시간 두고 검토할 문제” 설명
4년 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진행된 싱가포르 비밀접촉에서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한 100억 달러 외자 유치 조성 문제를 우리 측에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10월 접촉 당시 우리 측에서는 노동부 장관이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북측에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협상 파트너로 나섰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핵심 인사는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김양건 부장이 우리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 개발을 위해 은행을 만드는 형식으로 100억 달러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좀 도와 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 부장은 아이디어 수준으로 얘기했고 개발은행의 구체적 설립 목적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측은 남북 경제협력이 상당히 진척된 뒤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는 과제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4년 전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 등을 허용하는 대신에 남한이 그 대가로 현물 등 경제적 지원을 하는 한국판 ‘프라이카우프’를 추진했던 것은 알려졌지만 ‘100억 달러 조성’이 논의됐던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 부장에게 외자 유치를 위해 은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의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는 점을 얘기했다”면서 “우리가 도와주는 방식과 관련해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미국과 관련이 있고, 우리가 다른 나라의 외자 유치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 준다고 해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외교안보 라인에 있던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 측은 북한의 체제 개방과 변화 유도 차원에서 북한이 금융 시스템을 바꾸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형태의 국제은행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추진되지 못하게 됐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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