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정국 풀 ‘키 플레이어’ 여야 원내사령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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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强) 대 강(强)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고심은 끝을 모른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열흘 남짓 앞둔 20일 두 원내사령탑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강(强) 대 강(强)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고심은 끝을 모른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열흘 남짓 앞둔 20일 두 원내사령탑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 여야 대치 정국의 중심엔 양당 원내대표가 있다. 꽉 막힌 현 정국을 풀어 나가야 할 핵심 ‘키 플레이어’도 두 사람이다.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이들이 생각하는 정국 해법, 또 3선 중진으로서 각자 갖고 있는 정치적 꿈과 비전을 들어봤다. 》

▼ 최경환 “민주, 국회서 정책대결 해야… 5자회담? 내가 낄 이유 없어” ▼

■ 崔 새누리 원내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58)는 6월 20일경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여야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청와대에 전달된 직후였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거론했고,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의 국정조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도 다른 판단과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 상황도 있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보고해 달라”며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국회 파행 직전에 극적으로 숨통이 트였고 6월 임시국회에서 253건의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 원내대표였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다시 칼날 위에 서 있다. 국정조사 파행을 명분으로 민주당이 장외로 뛰쳐나간 지 20일이 지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로선 정쟁 국면을 종식하고 결산심사뿐만 아니라 전월세 대책 등 민생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이다. 19, 20일 연이어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그의 머릿속은 ‘정치의 복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회를 정상화할 복안이 있나.

“고민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야당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으로 여당과 대결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단독 회담 또는 여야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주장한다.

“몇 명이 만날지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의제 설정이나 양측의 기대에 충족되는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진작부터 내가 꼭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의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나.

“그렇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이후부터 주요 국면마다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보고 간 쓸개 다 내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당과 청와대, 정부의 생각이 늘 똑같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국면마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 뭐가 옳다고 할지를 생각하고, 그런 각도에서 당과 청와대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할 자세가 돼 있으니 즉각 원내로 복귀해 국정원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매듭을 짓고 결산심사나 민생 현안 해법 제시 등 국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자는 호소이다.

그에겐 늘 ‘대통령의 측근’ ‘실세’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면담 요청도 잦다. 이는 최 원내대표에겐 짐이기도 하다. 늘 ‘정치인 최경환’이 아닌 ‘측근’ ‘대리인’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정국이 꼬일수록 당내에선 그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출구를 찾지 못하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차질은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측근인 최 원내대표를 청와대나 행정부에 기용하지 않고 국회로 보낸 것이 무슨 뜻이겠나”라며 “최경환 원내대표 카드는 대통령이 ‘정치인 최경환’에게 준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정치적 꿈’을 물어봤다. 그는 “원내대표도 하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책무를 잘하기도 벅차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 첫 원내대표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 그 부분만 고민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결산국회 거부 않겠지만… 통과시킬지는 전략의 문제” ▼

■ 田 민주당 원내대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55)는 5월 15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다.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각종 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도 당 의원들을 소속 상임위원별로, 모임별로 만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한다. 강경파가 모여 있다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과는 종종 김밥을 먹으면서 밤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김한길 대표와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현재의 대치 정국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의 사과라는 민주당의 4대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12일과 19일 면담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전 원내대표의 정국 구상을 들어봤다.

―새누리당은 ‘국회로 돌아오라’면서 결산 국회를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광장과 국회를 오가고 있다. 원내외 병행 투쟁이다. 정기국회에 대비한 회의를 계속 하고 있다. 제도권 정당은 기본적으로 국회라는 장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회가 다수당의 일방통행 식으로 가거나 독선에 빠진다면 불가피한 경우 광장의 힘을 빌리는 게 옳다. 소수의 힘만으로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산 심의는 당연히 한다. 다만, 통과시켜 줄 거냐는 전략의 문제다. 소수 정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나 당 내부에선 ‘대선 불복’을 전면에 내걸자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장외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대선 불복이 아니다’란 점을 분명히 했다. 주말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과도한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쐐기를 박는 것이 민주당을 보호하고 우리의 투쟁력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런 데 대해 야유도 나왔지만 다수의 중산층과 시민들은 조용히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흔히 ‘참모형’ ‘전략통’으로 불리지만 리더로서는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 시대의 정치인에게 정말 필요한 리더십은 당장의 인기나 지지층의 말초적인 요구에 영합하는 게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극적인 얘기를 하면 팔로어 수가 늘어나겠지만 내공을 키울 수는 없다. 나의 강점은 상황이나 사물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는 게 습관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성적 정치 리더십이 과격한 운동가형 리더십, 군림형이나 보스형 리더십을 뛰어넘어야 정상적인 정치문화를 정립할 수 있다. 양은냄비처럼 확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가마솥처럼 서서히 달궈지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 스승을 꼽는다면….

“단연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나는 현직 정치인 중에서 DJ가 주재한 회의를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DJ는 늘 ‘정치인은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전 원내대표는 1987년 평민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들어와 DJ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행사기획비서관, 국정홍보조사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두 번이나 연패(連敗)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혐오감에 대한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뒤집어쓰고 있다. 거기서 민주당의 위기가 비롯된다. (대선 당시) 무당파층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층이 결합돼 있었고 패배한 이후에는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졌다’는 자책과 비난 때문에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4선이 되면 서울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다.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과의 인연, 민주당의 정통성 측면에서는 내가 적임자라고 본다.”

민동용·장강명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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