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은’ 미백크림 바른女 부작용 호소

  • 동아일보

북한 여성들이 '수은 중독'의 위험에 노출됐다. 수은이 다량 함유된 중국산 '비손(Vison)크림' 때문이다. 값이 싼데다 미백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까지 더해져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수입이 금지된 화장품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비손크림에서 허용 기준치(1ppm 이하)의 1만 배에서 최대 1만 5000배 이상의 수은이 검출됐다. 수은이 다량 함유된 화장품을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에 부작용은 물론, '수은 중독'으로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 신경계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에선 비손크림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최근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수은의 유해성에 무지한 게 가장 크지만 나쁘단 걸 알고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양 주민 김모 씨는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비손크림의 실체를 알게 됐다. 그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평양 장마당에서는 한 통에 두 개씩 들어있는 비손크림이 10달러에 팔린다"면서 "수은이 그렇게 많이 섞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많이 쓰는 비손크림을 중국에서는 못 찾았다"면서 "중국에서도 수은이 많다고 안 쓰는 화장품인줄 이제야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 통에 100달러씩 하는 고가 화장품은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손크림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FA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은 심지어 부작용을 경험하고도 사용을 멈추지 않는다. 예뻐지려는 욕심에 화를 자초하는 것. 탈북 여성 한모 씨는 과거 북한에서 '수은이 들어 있어 나쁘다'는 소문을 듣고도 비손크림을 썼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손크림을 바르면 처음에 얼굴 각질이 벗겨지고 바른 부위가 빨갛게 붓고 아픔이 있었다"고 부작용을 호소하면서도 "보름만 계속 바르면 새 피부가 하얗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부터 대량 유입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 여성들 사이에선 하얀 피부를 가진 남한 연예인을 부러워하며 살결을 희게 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됐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비손크림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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