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리모델링하자]오바마 집무실 문열고 몇걸음 가면 참모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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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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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백악관, 부통령실-보좌관실 등 ‘한지붕’ 소통

2009년 1월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집무실에 드나드는 비서진과 보좌관들에게 애견인 ‘보’ 주의령을 발동했다. 집무실에 워낙 많은 사람이 출입하다 보니 드러누워 자는 보를 밟아 비명이 나는 사건이 빈번해졌다. 그래서 보를 밟지 말고 피해 다니라는 주의령을 내린 것이다. 비서나 참모는 물론이고 대통령 애완동물까지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 정치의 심장부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다.

백악관은 크게 세 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왼쪽에 대통령 집무공간인 웨스트윙, 중앙에 대통령 가족이 사는 관저, 오른쪽 이스트윙에는 영부인 집무실과 각종 사교실, 역대 대통령 기념실 등이 있다. 백악관의 총면적은 7만3000m²(약 2만2000평)로 청와대(25만3504m²)보다 훨씬 작다.

오벌오피스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중요 회의 때는 문을 닫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부분의 업무 시간에 ‘오픈 도어’ 정책을 유지한다. 과거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집무실 문을 닫는 것을 선호하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최근 20여 년간 미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문을 열고 지냈다. 부통령과 비서실장, 선임고문, 보좌관 등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대통령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세계를 움직이는 결정들이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지만 면적은 76m²(약 23평)에 불과하다. 들어가 본 사람들은 그 아담한 규모에 놀란다. 집무실에는 대통령 책상과 3인용 소파 두 개, 그리고 탁자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찬다.

백악관 집무실에서는 회의 때마다 소파 쟁탈전이 벌어지기로 유명하다. 회의에 참석하는 참모들이 서로 소파에 앉으려고 무언의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 코앞에 마주보고 앉아 정책 논의를 하다 보면 회의 집중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백악관 집무실이 개방형이자 소통형으로 불리는 이유다.

백악관의 웨스트윙은 민주적 개방공간으로 만든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웨스트윙 1층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부통령실 선임고문실 비서실장실 국토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선임고문실의 경우 대통령이 서재를 사이에 두고 소리쳐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거리다.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외국 정상들은 미국 대통령이 “자, 이제 기자회견을 하러 가시죠” 하면 놀라곤 한다.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집무실에서 로즈가든으로 향하는 문을 나서면 바로 야외에 기자회견장이 마련돼 있다. 물론 날씨가 좋을 때만 볼 수 있는 야외 기자회견이지만 격식을 따지지 않고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로즈가든은 수상자와 가족을 함께 초청해 훈장 수여식을 여는 국민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청와대와 다른 또 하나의 공간 활용은 회의실이다. 대통령이 집무실로 비서나 보좌관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나가서 다른 방에서 회의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커다란 사무용 책상이 있는 비서실장실을 회의 공간으로 자주 활용한다. 재정적자, 건강보험 개혁 등의 문제로 공화당과 대치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웨스트윙 1층 다용도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에서 자주 피자 파티 회의를 연 것으로 유명하다.

웨스트윙 지하 1층에 있는 상황실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긴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설계돼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곳에서 정부부처와 해외 동맹국 수반들을 영상으로 연결해 전방위 소통을 한다.

2011년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이 진행될 때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과 모니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현장 상황을 지켜보는 장면은 대통령과 관료 간 민주적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상황실은 국가 위기를 다루는 심각한 공간이지만 친근하게 ‘나무 헛간(woodshed)’으로도 불린다.

1800년 완공된 백악관은 유럽 건축양식에 따라 귀족주의적 대저택의 면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권위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대통령과 참모진 간의 민주적 소통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내부를 개조해 왔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백악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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