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소통공간’으로 리모델링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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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비서동과 500m 떨어져 비효율
구조 재배치 로드맵 만들어 임기 첫해 시작해야
現대통령실도 인수위에 건의

#11일 오전 7시 반. 청와대 관저를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대신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인 위민1관의 ‘간이 집무실’로 출근했다. 취임 후 월요일마다 본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온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본관은 답답하다. 밥 먹으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싶다”라며 비서동에서의 금요 조찬회의를 시작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월요 회의보다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참모들이 기탄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본관 집무실 이상으로 비서동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탈당 후 정치적으로 고립됐던 노 전 대통령이 비서동에서 참모들과 부대끼며 활력을 찾으려 했다”라고 기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사례는 국정의 핵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500m가량 떨어져 있는 현 청와대 구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촌각을 다투는 국정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소통하며 대처하기에는 너무 전근대적인 ‘불통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본관은 1991년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어졌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부터 역대 정권은 각종 문제점을 인식하고 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의 공사 예산 확보를 위한 국회 설득에 실패하거나 게이트 등 각종 악재가 터져 이를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도 2008년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검토했으나 그해 5월 불거진 촛불집회로 중도에 포기했다.

이제 20년 묵은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넘어왔다. 소통과 협치(協治)의 ‘정부 3.0’을 내세운 박 당선인 주변에서도 이번에야말로 청와대 공간을 21세기형 거버넌스에 맞게 소통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지난해 9월 27일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제안했고, 박 당선인도 긍정적이었다. 마침 박 당선인은 ‘큰 정부’를 추구하는 대신 ‘작은 청와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도 17일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청와대 공간 개편을 공식 건의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임기 초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청와대 리모델링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임기 첫해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청와대 공간 리모델링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청와대#대통령#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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