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언론플레이 피가 거꾸로 솟아” “文측 ‘맏형’ 얘기 좀 그만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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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측 진흙탕 싸움… 중간 브리핑 신경전에 1시간반 허송

“이게 새 정치라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를 약속했지만 단일화의 세부적인 룰을 둘러싸고 양측이 유불리에 집착하면서 두 후보의 다짐이 빛바래고 있다.

나흘이나 공전하던 단일화 협상이 18일 두 후보의 단독 회동을 통해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양측은 협상이 재개된 바로 다음 날인 20일 ‘사과 요구’ ‘재발 방지’ ‘언론플레이’ 같은 표현을 써가며 서로에게 총질을 했다.

일각에서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단일화에 염증을 느낀 무당파 및 중도층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하면서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거나, 단일화를 하더라도 두 후보 측 세력이 결합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① “아무리 일임했지만…” “일임해 놓고…”

18일 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α’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단일화에 제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이루겠다”고 화답했다. 안 캠프 관계자들은 “그래도 우리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진 않겠다”고 공언했다.

19일 협상에서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공론조사의 경우 배심원은 민주당 쪽에서 중앙대의원 1만4000명을, 안 후보 측은 후원자 중에서 1만4000명을 무작위 추출해 구성하자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공보단장은 20일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을 들고 와 통 큰 양보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축구를 하자고 해서 ‘좋겠다’고 했더니 우리한테는 ‘발만 쓰라’고 해놓고 자기네는 손, 발, 머리 다 쓰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다 일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맞받았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양보 얘기는 이제 그만하는 게 맞다”고 문 후보의 양보론에 쐐기를 박았다.

② 언론플레이 공방

양측은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협상 내용이 곧장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유출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우 단장은 20일 오전 브리핑을 자청해 “안 후보 측으로부터 협상 내용이 새나가고 있다. 언론플레이성 언급은 협상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 ‘맏형’으로서 꾹 참고 양보하고 인내했지만 방어 차원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이례적으로 전날 협상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문 후보 측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아무리 정치라지만 이런 언론플레이는 정말 아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러나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오히려 “저쪽(민주당)에서 취재했던 내용의 확인 요청을 받았다”며 보도의 출처로 문 후보 측을 지목했다. “점잖게 말씀드리는데 ‘맏형’ 얘기도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날 저녁에도 양측은 브리핑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우 단장이 정회 직후인 오후 8시 15분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며 중간 브리핑을 하자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은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협상은 오후 9시에 재개하기로 했다가 10시 35분에야 속개됐다.

③ “합의? 그때그때 달라요”

합의 내용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양측은 18일 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의 전제조건인 ‘새정치공동선언’을 도출해 냈지만 ‘의원정수(현재 300명) 조정’이란 문구를 놓고 며칠 동안 딴소리를 하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절대 축소가 아니다. 조정은 조정일 뿐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공동선언에 담긴 국회의원 정원 조정 문제는 당연히 정수를 줄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급기야 문 후보 측 ‘새정치위원회’ 정해구 간사는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축소 쪽으로 갈 가능성이 많고,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정해지면 축소가 아니라 정수 안에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으로 간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명쾌한 합의는 없었다는 얘기다.

④ 관전자들의 장외 공방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각각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띄웠다. 이를 통해 이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도 드러났다.

조 교수는 안 후보 측이 제안한 공론조사 방식에 대해 “안 후보 측이 자신에게 제일 유리한 방안을 내놓았다. 문 후보 지지자들이 격분하고 있다”며 “열 가라앉히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안 후보는 동등한 후보이지 동생이 아니다”라며 문 후보 측의 ‘맏형론’을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 ‘양보’ 발언의 진정성을 믿었다가 너무 실망스럽다”며 “민주당이 국민 중심이 아닌 민주당 중심에 사로잡힌 듯해 안타깝다. 우리 모두 위대한 각성을…”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열·손영일 기자 dnsp@donga.com
#문재인#안철수#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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