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기억의 전쟁’… 과거사 논쟁 되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근태 소재 ‘남영동 1985’ 5·18 배경 ‘26년’ 육영수 일대기 ‘퍼스트레이디- 그녀에게’
“지지층 결집 효과” 예상에 “영화는 영화일 뿐“ 반론도

10월 정국을 달궜던 과거사 논란이 스크린을 통해 보수-진보진영 간의 ‘기억의 전쟁’으로 확산될까. 1970, 80년대가 한쪽에선 기억하기 싫은 ‘야만의 시대’였다면 다른 한쪽에는 도전이 넘쳤던 ‘열정의 시대’로 기억된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화제작 세 편이 대선을 전후로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억의 전쟁은 스크린으로 옮겨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두환 독재를 고발하는 두 편의 영화는 곧 막을 올린다. 1985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 김근태 전 의원에게 자행된 고문을 고발하는 내용의 ‘남영동 1985’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 가족들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벌이는 치밀한 복수극 ‘26년’이 각각 22일과 29일에 일주일 차를 두고 개봉하는 것. 진보진영에선 이들 영화를 통해 ‘민주 대 반민주’ ‘과거 대 미래세력’의 선거 구도를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통합당은 14일 국회에서 ‘남영동 1985’ 시사회를 열고 대대적인 영화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12월 초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제작사 사정으로 대선 전 개봉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 제작 사실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면서 박 후보로선 이미 나쁘지 않은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후보에게 덧씌워진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육 여사의 자애로운 여성상으로 중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정치공간에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실제 표심의 변동으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반응이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가 개봉 4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대성공을 거뒀지만 민주당은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대패한 적이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시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명박 후보를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으로 엮어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전두환과 박정희는 엄연히 다른데 이를 고리로 박 후보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2007년과 달리 박빙의 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영화가 보수·진보 지지층의 결집이나 2030세대 투표 참여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일부에서 ‘노무현 향수’가 되살아나며 문재인 후보 측에 유리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