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나라 탈당하며 ‘큰 꿈’ 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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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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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어 두번째 2위… 모바일에 발목… “백의종군”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후보가 16일 결선 투표 좌절이 확정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후보가 16일 결선 투표 좌절이 확정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사람들은 말한다. 손학규는 바보라고. 통합 안 했으면 민주당 후보 됐을 텐데 고생하고 누구 좋은 일 시켰냐고 한다. 하지만 야권 대통합이 됐기에 그나마 우리가 정권교체의 희망을 갖게 된 것 아닌가.…민주당을 구해 달라. 민주당을 사랑합니다.”

16일 서울 경선에서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손학규 후보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가득했다.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문재인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치권 안팎에서 “손학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쏟아질 만큼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가 남달랐지만 그는 다시 꿈을 접게 됐다. 5년 뒤면 일흔인 그에게 ‘대선 삼수’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손 후보에게 이번 패배는 17대 대선후보 경선에 이은 두 번째 좌절이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했으나 정동영 후보에게 졌다. ‘한나라당 출신’은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됐다.

이후 5년 동안 그는 영광과 좌절을 두루 겪었다. 18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석패하고 2년 동안 강원 춘천시에서 칩거하며 와신상담했다. 2010년 민주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지난해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깜짝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야권의 대표적 대선주자로 떠오른 그는 10% 중반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탄탄한 콘텐츠를 갖췄다는 평가에도 지지율은 이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이번 경선에서 그는 대의원 투표에서 30.1%의 표를 얻어 문 후보(34.9%)를 바짝 따라붙었다. 당원이 대부분인 투표소 투표에서도 29.3%로 문 후보(37.8%)와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95%의 비율을 차지한 모바일 투표에서 21.8%로 문 후보(57.5%)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손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겨냥해 ‘담합정치’ ‘계파 패권주의’ 등 원색적인 용어로 비판해 대선 정국에서 문 후보를 적극 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깨끗이 승복한다.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당#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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