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덕]4달러 내면 30분 만에 나오는 AI 논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3일 23시 18분


작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의 두 거물이 대담을 펼쳤다. 떠오르는 AI 강자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2016년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였다. 사회자는 “마치 비틀스와 롤링스톤스의 대담 같다”고 표현했다. 비록 ‘홀대당한 억만장자들’이란 밈에 묻히긴 했어도, 두 사람이 AI의 미래에 대해 내놓은 예언은 섬뜩하리만치 파격적이었다.

▷아모데이는 노벨상 수상자와 비슷한 지능을 갖춘 AI 모델이 2026∼2027년 등장할 것으로 봤다. 상대적으로 신중론에 가까운 허사비스도 AI가 5년 내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들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다시 만났는데, 작년의 예상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그렇다고 했다. 인류의 가장 창의적 영역 중 하나인 과학에서도 AI가 인간을 능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이나 식량 문제 해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생물학자, 화학자, 물리학자들이 수년에 걸쳐 입증해 온 일들의 수천 배, 수만 배를 뚝딱 해낸다.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허사비스는 “1년 만에 박사 학위 소지자가 10억 년간 할 일을 해냈다”고 할 정도다. 구조생물학자들은 “알파폴드가 못 하는 복합단백질 구조 예측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유효 기간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이 많다.

▷과학자들의 AI 의존도가 커지면서 논문의 ‘양’은 늘었는데 ‘질’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온 논문 수는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8만 건에서 작년 28만 건으로 50% 이상 늘었다. 상당수가 품질 검증이 안 된 이른바 ‘AI 슬롭(slop·찌꺼기)’들이라고 한다. 논문 작성 AI 에이전트 ‘데나리오’는 4달러만 내면 30분 만에 논문 한 편을 완성해 준다. 이런 ‘논문 공장’ 논문들은 제대로 된 과학적 통찰이나 실험을 통한 검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식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의 언어는 논문이다. 한때 해괴한 상상이란 비판을 받았더라도 단 한 편의 논문만 제대로 발표하면 지구 반대편 석학들과 계급장 떼고 붙을 수 있는 게 과학계다.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반대 주장의 논문이 나란히 실리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학계가 시끌벅적해져야 과학은 또 한 단계 발전했다. AI의 편리함에 ‘중독’된 과학계가 그런 야성을 서서히 잃어갈까 우려스럽다. 이러다 AI가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기 전, 인간의 퇴행이 먼저 시작되는 걸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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