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핵잠 도입, 적국엔 딜레마…작전통제권 주도 고무적”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30일 11시 14분


30일 싱가포르 亞안보회의 연설
헤그세스 “韓, 믿음직한 전투 파트너 사례
美, 보호국 아닌 파트너 필요…동맹도 책임
핵잠은 중요 역량…美 지원 의지 보게 될 것”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의 핵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 대해 ‘잠재적 적국’을 견제할 동맹국의 “중요한 역량”이라며 지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에 대해서도 ‘고무적(Breath of fresh air)’이라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 중 우수 사례로 한국을 여러 번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며 “우리는 해상 역량을 확장해 잠재적 적국에 실질적인 딜레마를 안겨줄 용의가 있는 동맹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적 적국이 우리의 위치와 역량을 궁금해하게 만듦으로써 많은 전략적 딜레마를 창출한다”고 부연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잠재적 적국’이 어디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잠 도입 요청과 관련해 “고정관념을 깨고 수용할 수 있는 정책 범위를 넓히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고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신속하게 움직이고자 하는 국가들을 지원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가속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핵 추진 잠수합 도입 요청을 수락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이달 26일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2030년 중반까지 진수한다는 내용을 담은 ‘장보고 N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하며 핵잠 건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 당국은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7800t) 공격형 핵잠수함에 준하는 약 8000t급 핵잠 3척 안팎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책임 분담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대한민국을 보라”며 “한국은 전쟁을 학문적 연습처럼 취급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체 방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최전선에 살고 있으며 진짜 전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도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새로운 글로벌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고 재래식 방위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은 위협 환경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전작권 전환 이야기도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정부의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미국 방위력에 의존하지 않는 우수 사례로 언급하며 “전투에서 믿음직한 파트너의 아주 훌륭한 사례”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헤그세스 장관은 “솔직히 말해 이건 상식(Common sense)“이라며 ”한국처럼 부유하고, 강하고, 충분한 능력이 있고 동기 부여가 된 나라가 왜 비상시에 미국의 리더십만을 필요로 하는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원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부유한 동맹국들의 안보 비용을 대신 부담해 온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며 동맹국들의 방위 역할 확대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국(protectorates)이 아니라 파트너(partners)”라며 “동맹국들도 안보와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 주요 동맹국을 향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 왔다. 미국 군사력에 의존하지 말고 각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각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AP/뉴시스

헤그세스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그는 “태평양에서 미국 접근법의 중심은 제1 도련선(일본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에 걸쳐 상대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등 누구도 패권 행사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흔들 수 없다”며 “중국의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과 이 지역 및 그 너머까지 확장되고 있는 군사적 활동에 대해 정당한 우려가 있다”고 견제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 동맹국은 물론 미국 국민을 위해 작동하는 진정으로 안정된 평형 상태”라며 “중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아시아에서 패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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