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는 모습. 유전자 치료는 특정 난청 원인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던 7세 아이가 치료 몇 달 만에 가족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이 주도한 유전자 치료 임상에서 나온 결과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된 이후, 최근 장기 추적 결과가 공유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구는 중국 내 병원 5곳에서 진행됐으며, 생후 1세부터 24세까지 환자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해 소리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선천성 난청 환자였다.
연구진은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는 치료를 적용했다. 인체에 무해하도록 설계된 바이러스 전달체(AAV)를 이용해 해당 유전자를 내이(속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이뤄졌다.
● 한 달 만에 변화…모든 환자서 청력 개선
치료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부 환자는 한 달 만에 소리를 인지하기 시작했고, 6개월 후에는 모든 환자에서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
평균 청력은 106데시벨에서 52데시벨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일상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 사례도 보고됐다.
특히 5~8세 어린이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 7세 환자는 치료 4개월 만에 가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청력이 회복됐다.
치료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일시적인 백혈구(중성구) 수치 감소가 보고됐다.
● “어린이만 되는 게 아니다”…성인 환자도 효과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치료 대상이다. 기존 유전자 치료 연구가 영유아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임상에는 24세 성인 환자까지 포함됐다.
연구진은 성인에서도 의미 있는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천성 난청을 안고 살아온 성인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모든 난청 치료 아냐”…적용 대상은 제한적
다만 이번 결과를 모든 난청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번 치료는 특정 유전자(OTOF) 변이에 의해 발생한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반적인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과는 원인이 다르다.
또 참여 환자 수가 10명에 불과한 초기 임상 단계 연구로,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 역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향후 다른 난청 관련 유전자에 대해서도 치료 가능성을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치료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치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평가다.
관련 논문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773-w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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