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박근혜 2002년 한나라 탈당, 무슨 일이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국민참여경선 실시 등 黨개혁 요구
‘제왕적 총재 폐지’ 관철 안되자 탈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2002년 경선 룰을 고치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김문수 경기지사)

새누리당 박 위원장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에 대해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하자 김 지사는 최근 10년 전 일을 들고 나왔다.

당시 비주류 부총재였던 박 위원장도 당내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총재를 향해 국민참여경선 도입을 앞세운 경선 룰 변경을 요구했으며 관철되지 않자 탈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위원장 측은 탈당 이유는 경선 룰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 총재를 없애는 문제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땠을까.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내부 논란의 핵심은 이 총재의 ‘1인 지배 체제’와 당심이 지배하는 대선 경선 방식의 개혁이었다. 앞서 2001년 12월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박 위원장은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 △당 총재직 폐지 및 집단지도체제 도입 △대선 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 실시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등을 요구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을 정당사상 처음 도입키로 하면서 한나라당에서도 이 문제가 핫이슈였다. 박 위원장은 주류 측이 수의 우세를 바탕으로 도입 거부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자 “일반 국민이 50%는 돼야 한다”, “정당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을 경우 이 총재도 개혁 대상”이라며 이 총재를 압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도 당심과 민심을 5 대 5로 하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대선 이후로 미룬 데 반발해 탈당했다. 그는 당시 “정당개혁의 요체는 1인 지배체제 극복이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참여경선은 빛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경선 룰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탈당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었던 셈이다.

박 위원장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제왕적 총재를 없애는 것이 핵심인데 가장 중요한 정당개혁의 문제는 뒷전인 채 논의의 중심이 ‘경선 룰을 어떻게 하느냐’, ‘국민참여 선거인단 비율을 얼마로 하느냐’에만 맞춰져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회고했다.

물론 박 위원장은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탈당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게 당시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 지사의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박근혜#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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