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러, 레닌 묘 연구소 시신보존 전문가팀 평양 파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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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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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 분석
“러, 시신 영구보존 방법 비밀 찾아내… 北 ‘김정일 미라 처리’에 도움 필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은 사망 초기 단계에서 철저히 준비된 전문가들의 솜씨로 처리됐지만 시신을 영구 보존하려면 러시아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국내 부검 전문가인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는 러시아가 시신 보존 전문가팀을 평양으로 보냈다는 뉴스를 듣고 26일 이같이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최근 김 위원장 시신 영상을 살펴보면서 사망 단서와 시신 처리 수준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 민영방송 NTV는 25일(현지 시간) “레닌 시신 보존을 책임지는 레닌 묘 연구소 소속 학자들이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팀을 이끄는 블라디슬라프 카젤체프 교수는 출국 전 이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소의 (시신 보존) 기술은 상업 비밀에 속하며 우리만의 노하우”라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러시아의 도움이 왜 필요한가.

“시신 영구 보존에는 특별한 노하우와 기술이 응용된다. 옛 소련의 해부학자들은 레닌 시신을 처리할 때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비밀을 찾아냈다. 부패 방지제(포타슘 아세테이트)와 글리세린, 증류수를 섞어 시신에 집어넣으면 상온에서도 부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배합 비율은 지금까지도 비밀이다. 러시아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북한에 이 내용을 모두 전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러시아의 전문가를 부른 것 같다.”

―김 위원장 시신 공개는 김 주석 사망 때보다 빨라졌다.

“시신 공개가 빨라진 점을 보면 시신 처리 방법이 1994년보다 훨씬 더 숙련됐고, 전문가 수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시신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나.

“사후에 곧바로 약품 처리를 하고 얼굴에 화장품을 입혔기 때문에 언제 사망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사망 이후 언제부터 시신이 부패하나.

“20∼25도인 실내에서 숨지면 24시간 이내에 얼굴이 까맣게 변하며 부패가 시작된다. 김 위원장 얼굴에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곧바로 동원돼 24시간 이내에 작업을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어느 정도 처리됐다고 보나.

“사망 이후 24시간 이내에는 혈관이 늘어져 있어 피를 뽑아내기 쉬워쉽다. 혈관이 굳으면 훨씬 더 힘들어진다. 또 부패는 내장부터 시작되는데 24시간 안에 이를 먼저 제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장을 떼어낸 자리에는 썩지 않는 화학물질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영구보존 처리 작업은 언제 끝날까.

“김 주석은 숨진 뒤 2년 뒤에 미라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의 경우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옛 소련에서는 7개월 만에 끝냈다.”

―김 위원장 피부 상태는 어떤가.

“초기 처리 작업이 빨라 피부가 자연색을 유지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혈관에는 붉은 색소도 들어갔다고 추정된다. 색소를 넣어야 혈색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검버섯 등 생전에 생긴 흔적은 약품으로 잘 없어지지 않는다. 사후에 생긴 얼굴 주름은 러시아 전문가들이 약품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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