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해 ‘솔로몬의 해법’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정부가 그리고 있는 큰 윤곽은 대전 대구 광주 3개 권역을 포괄하는 벨트를 만들되 대전을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과학벨트의 핵심 요소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대전권에 함께 둠으로써 애초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때 충청권에서 밝힌 과학벨트 공약을 이행한다는 것이다. KAIST가 거점지구의 핵심 포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핵심 시설을 떼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쪼개기’는 아니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슈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지붕 아래 들어설 50개의 연구단(사이트랩·Site-lab)을 전부 한 거점에 둘 것이냐, 아니면 분산 배치할 것이냐의 판단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의 해당 조항(14∼26조)에는 연구원의 입지에 관한 규정도 없고 분산 배치나 분원(分院) 설치에 대한 제한도 없다. 단지 과학벨트위원회 산하 분과위(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을 뿐이다.
정부는 사이트랩을 분산 배치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즉, 기초과학연구원 본원(本院)이 들어설 거점지구에는 20∼25개의 사이트랩을 설치하고 나머지 절반의 상당수를 대구와 광주에 분산 배치한다는 것이다. 대구와 광주가 올 1월 연구개발(R&D) 특구로 지정된 만큼 콘텐츠를 채울 필요가 있는 데다 대학이나 과학기술 관련 연구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엔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있다.
연구단의 40개 이상을 대전과 대구 광주에 집중 배치한다는 점에서 ‘삼각벨트’라는 개념이 나온다. 다만 대전이 과학벨트의 핵심 요소가 배치된 ‘메이저 거점’이라면 대구와 광주는 일종의 ‘마이너 거점’이 되는 셈이다. 실제 정부는 3조5000억 원의 과학벨트 예산 중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 본부 및 25개 안팎의 사이트랩에 2조3000억 원, 나머지 25개 안팎의 사이트랩에 1조2000억 원을 각각 배정하는 예산 편성안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놓고 충청권은 ‘쪼개기’라고 반발하고 다른 지역에선 “충청권에 철조망을 쳐 놓고 그 안에서 연구하고 성과도 끌어안고 살 것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8일 “사실 과학벨트 예산은 대부분 실험 장비와 연구비, 인건비 등에 쓰이는데 마치 그 예산이 전부 지역 발전에 들어가는 돈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과학벨트 문제가 ‘쪼개기’ 논쟁에 휩싸이자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같은 핵심시설을 같은 곳에 두는 것을 보고 통합이라고 이름을 붙일 것이냐, 아니면 분원을 다른 데 두는 것을 봐서 분산이라고 부를 것이냐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아가 ‘뉴 과학벨트’ 개념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50개 사이트랩을 분산 배치하는 차원을 넘어 해당 지역의 성장동력을 극대화하는 방안과 연계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처럼 적자가 뻔한 사업은 못하겠다는 것이고 미래 성장동력과 지역발전에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과학벨트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예컨대 대구는 ‘정보기술(IT) 융합산업 육성’, 광주는 ‘광(光)산업 육성’ 차원에서 R&D 특구로 지정된 만큼 이를 과학벨트 분원 구상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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