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동남권 신공항 연기론 솔솔… 현지선 “역풍 두렵지않나” 반발

  • Array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영남권의 분열이 격화되자 여권 일각에서는 입지 선정을 일단 연기하거나 원점에서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내의 영남권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사태가 복잡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이 입지 선정 연기·전면 재검토론을 제기한 다음 날인 2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선 영남권 의원들의 반박 발언이 이어졌다.

○ “네 차례 연기하고 또…영남권 무시하나”

대구 출신 박종근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내에서는 ‘결정을 미뤘으면 좋겠다.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좋겠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문제는 더 미루면 지역갈등만 심화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대구 출신의 이해봉 전국위원회 의장은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처음 약속한 것이 2009년 12월이다. 그래놓고는 지난해 3월, 9월, 12월로 계속 (발표를) 연기한 끝에 올해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는데 (또 연기한다면) 지역주민들이 정부를 불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도 대구 출신 조원진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벌써 몇 차례나 입지선정을 연기하는 것은 영남 주민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출신의 김세연 의원도 김 총리에게 “정부가 확고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니까 일부에서 신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다시 한번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밝혀 달라”고 압박했다.

입지에 관해서는 영남권 내에서도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의견이 양분돼 있으나 발표 시기에 대해서만큼은 “더는 미루지 말고 빨리 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부산 출신의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지역 여론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발표를 연기하거나 사업을 백지화하자고 하면 민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 지역구 의원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의 한 의원도 “수도권 의원이나 당 지도부가 영남지역의 상황을 너무 모른다. 어디로 결정되든지 빨리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미루면 미룰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 ‘밀양 vs 가덕도’ 공방도 계속

이날도 영남권의 ‘밀양파’와 ‘가덕도파’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대구·경북, 울산지역과 경남 대부분 지역의 의원들은 밀양을 지지하고 부산과 경남 일부(진해 고성 통영 등) 의원들은 가덕도를 지지해 밀양 쪽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지만 양쪽의 논리 싸움은 팽팽했다.

밀양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동남권 주민 1300만 명 가운데 1000만 명 이상이 밀양 신공항을 요구하고 있어 후보지 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이달 안에 신속히 밀양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김세연 의원은 “이번 신공항 입지 선정 역시 인천공항 선정기준을 적용해야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인천공항(영종도)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가덕도 선정을 압박했다.

○ ‘이러다간 영남권 공멸…대안 찾아야’


이날 국회 상황을 지켜본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영남권이 분열되면 당장 경남 김해을이 포함된 4·27 재·보궐선거도 불리해지지만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기반인 영남권이 공멸한다”고 우려했다. 어느 한곳으로 확정되면 반대쪽의 반발이 커 영남권이 둘로 쪼개진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최대한 입지 발표를 늦추고 가능하면 다음 정권으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부산 김해공항으로 적어도 10년 정도는 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 재검토 주장은 대안으로 김해공항을 증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예 밀양이나 가덕도가 아닌 제3의 입지를 찾아보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어떤 대안을 내세우든 ‘백지화’는 영남권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권의 고민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