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무상의료 재원’ 저소득층에 쓰면…기초수급자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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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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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무상의료 재원’, 학계 추산 15조원

김모 씨(60·서울 서초구)는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딸이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매달 50만 원씩 받던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박탈당했다.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해 일자리는 없다. 한동안 컨테이너에서 지냈는데 재개발로 철거돼 대책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의료급여 자격도 박탈돼 정기적으로 가던 병원도 가지 못한다.

이처럼 소득과 재산은 수급기준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자녀와 사위, 며느리) 조건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103만 명(2009년 기준)에 이른다.

현재 야당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상의료에 쓰일 돈을 저소득층 지원에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보험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33조 원. 건강보험 보장률을 1%포인트 올릴 때마다 5000억 원이 추가된다고 학계는 추산한다. 보장률을 90%까지 끌어 올리려면 15조 원이 더 든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은 국고와 기금을 포함해 33조5694억 원. 15조 원이면 예산 부족으로 생기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입원진료비 90%, 외래진료비 60∼70%까지 올리자는 무상의료 방안에 대해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상태에서 ‘보편적 복지’는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소득상위 30%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기 위해 소득 하위 30%에 대한 복지를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15조 원은 기초생활보장급여액(4인 가구 월 143만9000원)을 2배로 올릴 수 있는 규모다. 또 2008년부터 건강보험에 편입된 차상위계층은 정부가 병원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대상자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

장애인 복지 역시 획기적인 확충이 가능하다. 전국에 등록된 장애인은 241만 명. 이 가운데 32만6000명이 매달 9만1000∼15만 원을 장애인연금으로 받는다. 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5만 명(777억 원)뿐이다. 15조 원이면 등록된 장애인 모두에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 제도도 마찬가지. 올해는 노인 387만6000명에게 매달 9만1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준다. 15조 원은 매달 수령액을 42만 원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액수다.

무상의료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민주당은 연간 8조1000억 원으로, 한나라당은 30조 원으로 예상한다. 간병비 검사비 같은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느냐, 진료비 부담이 줄면 의료수요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민주 “무상복지 때려도 좋다, 많이만 써달라”▼

“무상복지 정책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때려도 좋다. 많이만 다뤄 달라.”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가 최근 한 말이다. 민주당은 요즘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민주당의 ‘무상복지 3종 세트’가 촉발시킨 ‘복지 논쟁’을 즐기는 분위기다.

‘노이즈 마케팅’(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켜 손님을 끄는 전략)을 연상케 한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롯데마트 주목도 상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너무 기사가 없어 걱정이다. 비판적인 기사라도 좋으니 기사가 많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이슈를 먼저 꺼낸 쪽이 선거 내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승리했다는 ‘경험칙’도 작용한다. 당내에선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공약에 반대만 하다 참패한 경험이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8일 “복지는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요소다. 2012년 대선, 총선을 겨냥해 전략적으로라도 ‘복지 대 반(反)복지’ 논쟁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무상복지 3종 세트 논란이 ‘증세(增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17일 회의에서 “‘세금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다. ‘부자 증세’ 속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유세’ 신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손학규 대표는 “국민에게 세금 고통을 줘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18일 “증세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증세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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