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정동기 충돌’]한나라 최고위 7인이 말하는 ‘원인과 해법’

  • 동아일보

“黨-靑 말이 안통해 생긴 일…양측 신뢰할 소통라인 절실”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태가 당청 충돌 양상으로 확대되자 신중모드 속에 말을 아끼고 있다.

동아일보는 11일 최고위원회의(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 포함) 멤버 9명에게 실명을 밝히는 것을 전제로 이번 사태의 원인과 전망, 해법에 대해 물었다. 이 중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 이후 외부와 연결을 끊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중국에서 돌아와 당의 문제제기 방식과 절차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더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최고위원들도 익명으로 의견을 밝힐 때와 달리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홍준표 최고위원은 “그동안 청와대가 당이 일방적으로 따르길 바라고, 당은 (청와대에) 끌려온 게 문제”라며 누적된 당청 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청관계를 당 주도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용두사미가 됐다”고 당청관계의 문제점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정운천 최고위원은 “당청관계에서 누적된 갈등이 원인이 아니다. 인사에서 나온 여러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시적인 문제”라며 상반된 분석을 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부적절한 사람이 후보자로 내정된 (감사원장) 인선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라며 원인을 인사 문제로 한정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청와대의 인사가 계속해서 민심을 나쁘게 만들어 왔다”고 분석했다. 나경원 최고위원 역시 “청와대가 인사를 할 때 전반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게 아쉽다”며 본질을 인사문제로 봤다. 박성효 최고위원은 “소통이라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당청관계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앞으로 당청 간에 충돌이 더 많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은 당청관계를 주도하려 할 것이고, 청와대가 이를 용인해주지 않으면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이번에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당이 청와대를) 견제한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청와대가 생각한다면 조만간 서로 냉정을 되찾지 않겠느냐”며 수습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심 정책위의장도 “(이번 사태가) 레임덕으로까지 연결되진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해법에 대해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청 소통라인이 신뢰할 수 있는 라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신의 벽이 높아진 만큼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소통라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최고위원은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문책론에 대해선 대부분의 최고위원이 말을 아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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