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순수과학을 전공한 20, 30대 젊은 과학자들에게 석박사 학위 취득 후 5년간 일자리와 연구비를 제공하는 대통령 장학금 신설을 추진한다. 이 장학금의 연간 수혜자는 1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수한 여성 과학기술 인력이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주당 20시간 정도 일하며 가사(家事)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세계 중심 국가를 향한 인재 육성 방안’을 건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건의사항이지만 대통령 장학금과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내년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자문회의는 초중고교의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 과정을 20% 정도 줄이고 그 대신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심화 수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를 위해 교사 한 사람이 관련 과목을 연계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과학기술 예산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보겠다”며 “(스포츠와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즐겁고 보람 있게 노력해 세계 1등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나오는 것처럼 과학기술 분야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노벨상 프로젝트 시동…30대 과학자의 연구역량에 집중
이날 자문회의는 미래 경제성장을 이끌 과학자, 특히 연구역량이 최고에 이르는 30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집중적으로 제안했다. 자문회의가 지난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37명을 분석한 결과 30대 시절의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66명(48%)에 이르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딴 직후 5년에 해당할 30대 연구자에 대한 집중 지원이 ‘노벨상 프로젝트’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회의는 그동안 정부 지원의 후순위로 밀려있던 ‘박사 후 과정(post doctorate)’ 연구 인력에 주목했다. 자문회의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자리를 제공하고 정부가 연구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면 박사 후 과정 연구 인력들이 5년이면 1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다”며 “그 업적에 따라 임용 연장을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에서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가 한국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공계 출신 여성 박사 취업자 가운데 36.3%가 비정규직일 만큼 여성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자문회의는 우수한 여성 연구자들의 기여를 높이기 위해 국책연구소 등이 이들을 신분은 정규직이면서도 하루 4시간씩 혹은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주당 20시간 근무해도 되는 방식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들 가운데 우수한 인력은 원할 경우 전일제 근무자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암기 내용 줄여야…과목 넘나드는 강의 도입해야”
자문회의가 이날 건의한 중고교 수업방식 변화가 채택될 경우 앞으로 사범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개 교과목 교사 자격증을 함께 따는 것이 권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교 학생들이 세계사와 지리, 수학과 물리 등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드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으려면 우선 ‘멀티 플레이어’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문회의는 문과, 이과 융합적 사고를 위해 예컨대 국어 교과서에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생명과학이나 수학적 사고를 다룬 글을 싣는 등 문과와 이과의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교육을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자문회의가 암기 위주의 교과과정을 20% 줄여야 한다고 건의한 것은 기존 학교 수업을 양 중심에서 창의성과 질 중심으로 바꾸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나열형으로 암기하던 사실을 10가지에서 8가지로 줄이고 더욱 창의적인 심화학습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이런 변화에 대해 사범대 구성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원 양성 과정에 두꺼운 과목 간 장벽을 허물고 융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금도 부전공 등의 형태로 다른 과목의 자격증을 따는 예비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며 “다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교원 인사의 탄력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교원의 복수 과목 교사 자격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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