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자금 수사]금융권 ‘옥죄는 檢 칼날’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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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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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태광 비자금 관리처 지목… 우리銀은 부당대출 의혹

태광그룹과 C&그룹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부당대출이나 지원 의혹이 제기되는 금융회사들로 불똥이 옮아붙고 있다. 검찰이 태광그룹의 주거래 은행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검찰의 수사범위가 이들 기업과 거래한 은행들로 확대되고 C&그룹의 경우 은행권의 대출 로비 의혹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해당 은행들은 압수수색으로 검찰에 건네진 자료에서 비자금과 관련한 어떤 증거가 나오더라도 은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는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들 역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수장 격인 흥국생명은 이 회장의 비자금 관리처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 계열사 부당지원에 고객의 보험금을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흥국화재(옛 쌍용화재) 역시 2006년 태광산업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은 물론이고 매년 불어나는 적자에도 이 회장 일가가 강원도에 건설하고 있는 골프장에 312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C&그룹에 대한 부당대출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도 검찰의 수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그룹에 수백억 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고 C&그룹과 우리은행 간의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실제 C&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불과 두 달 전인 2008년 10월 현재 C&그룹의 1조3052억 원의 대출 가운데 우리은행이 내준 대출은 17%인 2247억 원에 이른다. 특히 C&그룹은 2007년 당시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동생을 자금난을 겪던 C&중공업 사장으로 발탁한 것을 놓고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C&그룹의 로비나 외압에 의한 부당대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6년에도 이미 C&그룹 계열사 대출과정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당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출 승인은 여신협의회를 거치게 돼 있기 때문에 외압이라든가 경영진의 요청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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