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의 마법’ 한국 선거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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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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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 1등 공신 ‘트위터’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 확산

본보 유성운 기자의 트위터 화면에 기자가 ‘팔로’ 관계를 맺은 한나라당 강용석,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의 글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본보 유성운 기자의 트위터 화면에 기자가 ‘팔로’ 관계를 맺은 한나라당 강용석,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의 글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트위터 화면 캡처
“정치 무관심 20, 30대 흡수” “한국 인터넷 문화와 안맞아”
효과 놓고 찬반 의견 엇갈려

"봄은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전진합니다. 오늘 아침은 관악산 등반로 서울대쪽 입구에서 인사드립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21일,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트위터)

"학원 연합회 이취임식에 다녀왔음. 학원과 학교 교육이 잘 연합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한 경기 교육력을 향상시켜야 할텐데." (19일 김진표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트위터)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신화' 탄생의 1등 공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트위터(twitter)'가 6·2 지방선거를 무대로 한국 선거전에 데뷔한다.

미국 대선에서 '마법의 지팡이'로 불렸던 트위터가 한국 선거에서도 그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트위터는 한국에서도 '마법의 지팡이'일까

'제2의 오바마'를 기대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요즘 너도나도 트위터 만들기에 나섰다. 노회찬, 김진표 예비후보는 매일 적게는 10여 개, 많을 때는 50여 개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다.
춘천시장에 출마하는 한나라당의 육동인 전 국회공보관과 고양시장에 출마하는 민주당 최성 전 의원, 광주시장에 출마하는 정찬용 전 청와대 수석 등도 트위터를 비장의 무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정치 무관심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릴 거라고 기대한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트위터를 이용하는 주요 계층인 20~30대의 투표율과 참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는 "지방선거의 경우 1인 8표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파악해야 할 후보가 수십 명에 이르는 등 정보 부족 현상이 심각할텐데 트위터가 이러한 점을 보완해 투표율을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각적 효과의 결여 △스마트폰의 저조한 보급률 △상대적으로 열악한 무선인터넷 환경 등 한국적 '특수성'을 근거로 부정적인 전망도 많이 나온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우리나라 의원들은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 시각적 효과와 함께 충분한 의사 전달이 가능한 도구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거의 발달하지 않았던 미국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또 "정치인이 '팔로어'들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글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트위터의 기능은 우리나라처럼 단체 문자메시지가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사회에서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KT 사장 출신인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미국의 경우 와이파이(Wi-Fi)등 무선인터넷의 가격이 저렴하고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트위터 가입자 수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5만~20여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초기 반응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트위터 열풍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의 저조한 보급률도 우리나라에서 트위터 바람의 가능성을 낮게보는 한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5%로 전 세계 보급률인 13%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경희사이버대 안병직 미국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의 스마트폰 보급률이나 무선인터넷 환경을 고려하면 아직 선거에 특별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자유를? 트위터에만 자유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제93조에 따라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을 일정 부분 규제하겠다고 12일 밝히자 민주당 등 야권은 "트위터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트위터에 자유를'이란 토론회를 열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선거법 제93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180일 전부터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인쇄물 녹음·녹화테이프와 기타 유사한 것을 배부 살포 상영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 측은 "트위터의 '팔로' 관계를 맺으면 글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전자메일의 성격을 지닌다"며 이 조항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 선거운동기간(5월20일~6월1일) 이전에는 예비후보자가 트위터로 보낸 선거운동 정보를 다른 팔로어에게 보내는 것이 금지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트위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게 아니라 그동안 블로그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에도 적용되어 온 내용을 최근 트위터가 상용화되고 있어 추가시킨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 옹호론자 가운데는 트위터는 '93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트위터는 서로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들(팔로어)끼리 주고받는 사적인 이메일로, 무작위로 살포되는 전자메일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팔로어가 260만 명에 달하는데서 나타나듯이 트위터를 '사적인 공간'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창조한국당의 이용경 의원은 "순기능을 인정하더라도 트위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전선거운동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상 트위터 사용자 유의사항

올 6·2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가 2월부터 시작된 예비후보등록을 마쳤다면 자신의 팔로어에게 '선거운동정보'를 보낸다고 명시한다면 이를 전송할 수 있다.
예비후보자 본인이 아니라면 선거운동기간(5월20일~6월1일)이 시작하기 전에는 예비후보자가 보낸 정보를 읽어볼 수는 있지만, 자신의 팔로어와 이를 공유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면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담은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제한이 많이 풀린다. 정식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했다면 '선거운동정보'라는 점을 명시한 뒤 선거와 관련해 지지·반대 등 선거운동내용을 트위터를 사용해 다수의 팔로어(1촌)에게 전송할 수 있다. 일반인이라도 누군가 보낸 선거운동정보를 자신의 팔로어(1촌)와 공유하는 돌려보기(re-twit)를 할 수 있다.

: 트위터(twitter) :

‘팔로(follow)’ 관계를 맺은 사람들(팔로어·follower)끼리 서로가 올린 글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인터넷상의 네트워킹 시스템이다. ‘팔로’는 ‘싸이월드’의 1촌과 비슷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허락 없이도 ‘팔로’를 맺을 수 있다. ‘팔로’ 관계를 맺은 누군가가 글을 올리면 자동적으로 다른 ‘팔로어’들의 트위터에 전달되고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이를 받아 보게 된다. 한 번에 최대 140자까지만 쓸 수 있어 깊이는 없지만 신속히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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